
1309호 커버이미지
떠들썩한 2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소식을 좇던 눈길을 옮깁니다.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의 4·16 세월호참사 6주기 기억식에서 노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엄마 아빠들이 2014년 4월16일, 그 잔인한 날을 또다시 떠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한순간도 아이들을 떠나보낸 적이 없다. 한 번만이라도 품에 꼭 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추모사 중에서)
6년 전 그날, 기자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표지 기사 ‘이것이 국가인가’(제1008호)를 쓰고 전남 진도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진도체육관에서 울다 쓰러지다를 반복하는 ‘실종자’ 엄마 아빠들을 지켜보면서도 단 한 명도 인터뷰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는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낙인찍혀 명함을 내미는 순간, 눈길이 싸늘하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동수 아빠 정성욱씨는 언론의 무례함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참사 첫날 뭍으로) 아이들(얼굴)이 덮여서 나왔다. 나는 병원으로 먼저 가자고 하고, 기자들은 (희생자들을) 찍자는 입장이었고 실랑이하는데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제일 앞에 있는 시신을 열어버렸다. 줄줄이 다 열고 찍어버렸다. 내가 곁에 있으면서 (경황이 없어서) 아이들을 못 지켜준 게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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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바닷속에서 떠오르던 2017년 4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동거차도로 들어가는 배를 탔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순간을 품은 배를 보러 가는 엄마 아빠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저 배에서 겪었을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져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당신들에겐 아이들이 숨진 무덤이 떠오르는 것이지만, 나에겐 아이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생의 마지막 고통을 마주하는 일이다.”(장훈 위원장)
2020년 다시, 4월16일. 304명과 함께 가라앉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여섯 번째 그날, 의 ‘노란 리본’을 봅니다. 2017년 새해 첫호(제1145호)에 리본을 매달며 안수찬 당시 편집장은 말했습니다. “1천 일의 슬픔에 걸맞은 1천 개의 위로를 준비했다고 자부하진 못하겠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진실의 전모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기사를 준비했다.”
세월호 참사와 참담한 대한민국을 취재했던 뉴스룸에 돌아와 “다시 기사를 준비”하겠다는 전임 편집장들의 약속을 무겁게 이어받습니다.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묻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의 첫 재판(업무상과실치사상죄)이 열리는 4월20일부터 세월호 기록을 새로이 시작합니다. 수십, 수백 개의 손전등으로 배 전체를 환하게, 또렷하게 비춰 진실이 오롯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작은 손전등을 하나 더 보태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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