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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제1286호 표지 제목은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였습니다. ‘보호종료 청년이 인터뷰한 보호종료 청년 9명의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보면 내용을 조금 더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3조 4호에서는 ‘고아’ 대신 ‘보호대상아동(요보호아동)’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법적 보호 연령인 만 18살이 넘어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자립시킬 때 ‘보호종료’라고 표현합니다. 제1286호 표지 제목은 우리가 쉽게 ‘고아’(孤兒)라고 하는 이들을 더 이상 ‘고아’라고 부르지 않기 위해 에둘러 선택한 차선인 셈입니다.
제목과 기사에서 ‘고아’라는 단어 사용을 최대한 피한 이유가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고아”로 불리며 숱한 차별과 모멸을 경험한 당사자가 더는 ‘고아’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에 무슨 ‘고아 차별’이냐고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이번 기획을 통해 2000년대에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들도 “우리 반에 보육원에 사는 친구 있나요?” 따위의 공개 호구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으니까요.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프로젝트에 당사자 캠페이너로 참여한 신선 캠페이너가 한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고아라는 단어는 사전만 찾아봐도 그 의미가 ‘외로운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표현하면 장애인을 비주체적이고 비사회적인 인간이라고 형상화한다고 하여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남들에 의해 ‘외로운 아이’라고 단정지어지고, 예비 범죄자라는 딱지를 짊어지고 살아야만 할까요? (중략) ‘외로운 아이’라는 뜻을 대체할 표현을 만들고, 잘못된 표현은 바로잡아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야만 합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성장한 분들 중에 ‘고아’라는 단어가 아니라, ‘고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제1255호 ‘고아들의 18청춘’에서 소개한 전윤환(개명 전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공동대표가 대표적입니다. 전 대표는 “보호대상아동이나 요보호아동 같은 단어는 저소득층 아동, 한부모가정 아동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자란 우리의 정체성을 담을 수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 단체 이름을 ‘고아권익연대’로 지은 이유도 “고아들이 가장 쉽게 도움받을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신선 캠페이너의 입장도 전윤환 대표의 견해도 일견 타당하다고 봅니다. 다만 신선 캠페이너가 직접 겪고 들은 일상적인 차별의 경험을 읽고 있자니, 중립적 의미를 담은 신조어를 만드는 편이 ‘고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보다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아이들을 ‘외로운 아이’라고 얕잡아보는 사회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따뜻한 손 내미는 사회가 속히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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