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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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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등록 2018-06-23 02:33 수정 2020-05-03 04:28

장기전 

“대한항공에서 일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전직 객실승무원 K씨가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지난호(제1216호) 표지이야기 ‘KAL의 황유미’는 건조한 팩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K씨의 이야기는 승무원들이 우주방사선에 피폭된다는 숨겨진 진실을 드러냈다. 반향은 컸다. 주무를 맡은 사회팀 변지민 기자는 지금도 “나도 산재당했다”고 하는 승무원들의 쏟아지는 제보 속에 파묻혀 있다.

처음에 어떻게 취재했나.

반지모(반올림 지원 노무사 모임) 김승현 노무사와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다 이야기를 들었다. 둘 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경험이 있다. 듣는 순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방사선과 질병 발병의 연관성을 취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전 직장이 동아사이언스사였는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 탐사를 준비할 때 우주인들의 방사선 피폭이 심각한 고려 사항이라는 기사를 쓴 적 있다. 우주방사선이 무섭다는 걸 그때 알았다. 과학기자 경력을 써먹을 날이 올 줄이야.

기사가 나가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하는데.

며칠 동안 대한항공 제보방(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우주방사선이 큰 화제가 됐다. 회사에서 피폭량을 알려준다고 공지하자 수많은 직원이 문의했다고 한다. 취재원들이 “담당 부서 전화기 불났다” “업무가 마비됐다”고 알려와 기억에 남는다.

취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취재한 분들 중 많은 분이 ‘대한항공이 무섭다’고 했다. 현직들은 실명과 얼굴이 공개될까 두려워했다. 대체 회사가 어찌했길래….

산재 취재를 많이 하는데.

아픈 사람한테 관심이 많다. 특히 아픈 여성 노동자에게. 과거 삼성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영향이 큰 것 같다. 이번 기사 쓰며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속도 아프고, 온몸이 아팠다.

산재 인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기전이 될 거 같다. 산재당한 분들이 지치지 않고, 더 아프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216호를 읽고 

류이근 편집장은 ‘독자가 21입니다’(제1214호 만리재에서)라고 선언했고, 에도 독자 담당 기자가 생겼습니다. 저는 진명선 기자입니다. 지난해 11월 의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백지 프로젝트’ 상근자로 일하면서 의 미래는 독자와 함께 찾아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의 끊임없는 혁신과 쇄신의 역사에서 독자는 늘 상수였지만, 또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합니다. 다음호에는 3년 만에 부활하는 독자편집위원회 모집 공고가 있을 예정입니다. 독자 참여 강화 방안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쓴소리, 단소리를 기다립니다. 진명선의 전자우편(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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