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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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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날개를 펴요, 당신을 읽을게요

손바닥문학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나의 글쓰기’ 그리고 ‘나의 손바닥문학상’
등록 2015-11-10 17:10 수정 2020-05-03 04:28
글을 쓰는 일은 고통스럽다. 힘겹다. “불안하게 만들거나 예상하지 못하거나 무의미”하기도 하다. 그러나 쓰고 난 결과물은 누군가에게, 또 스스로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고 용기를 준다. 그 과정을 걸었던 손바닥문학상 수상자들이 말했다. 당신의 글도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고. _편집자하나의 소설은 그렇게 더디게 찾아온다

3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3개월 전에 그만두고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3개월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나에게는 항공모함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본금이었지만 부동산 사장님들은 가게를 차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돈으로는 제대로 된 상가를 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서울 을지로에 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단단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공정이 너무 많았다. 다들 그 돈으로는 제대로 된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때마다 나는 길에서 파는 호떡이나 어묵이나 토스트 같은 것을 사먹었다. 삼각형 모양의 커피우유도 잊지 않았다. 그것들을 다 먹으면 가로수에 기대 서서 담배를 태웠다. 눈을 감고 가게에 들른 손님들이 흥겹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담배를 모두 태우면 눈을 떴다. 자료를 찾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다행히도 머지않아 가게를 열게 된다.

내게 소설은 그런 것이었다. 무시당하거나 불안하게 만들거나 예상하지 못하거나 지겹거나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퇴근 뒤 집에 돌아와 한 문장씩 이어나갈 때마다 그랬다. 문장이 덜컥 멈추면 집 앞에 있는 노점상에서 호떡을 먹거나 어묵을 먹거나 토스트 같은 것을 사먹었다. 건너편 슈퍼마켓에서 파는 네모난 커피우유도 잊지 않았다. 그것들을 다 먹으면 슈퍼 앞에서 담배를 태웠다. 매큼한 연기를 빨아들이며 부족한 나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다던 친구의 이야기를 가끔 떠올렸다. 신호등이 바뀌면 길을 건너 다시 문장 앞에 앉았다.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시간들이 모두 떨어져나갈 즈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 나는 어차피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이미 제출했던 소설을 다시 수정하던 참이었다. 통화를 끝내고 몇 년 만에 울었다. 창피했지만 좋았다. 3년 가까이 쓴 단편소설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작은 소설이었지만 누군가 종잇장을 읽어 넘기며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하나의 소설은 그렇게 더디게 찾아오는 법이다. 올해는 당신 차례다.

김광희 제6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혼자만의 노래가 아니라는 기쁨

영화 의 주인공은 고독사한 자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일을 한다. 죽은 자가 남긴 몇 장의 사진으로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을 찾고 생애까지 찾아내어 진심을 다해 장례식을 치른다. 영화는 오랜 시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쓸쓸하고 허무했다. 죽은 자의 생애를 찾는 그 과정이 우물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기억을 끌어내는 소설쓰기 작업과 비슷했다. 두레박으로 조심스럽게 퍼올리다가 내 안의 고독과 마주쳐 몸서리치기도 했던 글쓰기.

일을 하다보면 강한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추락하지 않으려 버티는 거였는데, 버티면 버틸수록 더 혼자가 되었다. 어느 날 내 안의 우물 속에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금맥처럼 묻혀 있는 걸 발견했다. 연금술사처럼 금을 캐고 싶은 마음에 심연 깊은 곳에 묻힌 기억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마주한 채 밤마다 잃어버린 시간 속을 헤매다가 제대로 쓰지 못해 운 날도 많았다. 고된 일임이 틀림없지만 소설쓰기는 피곤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혼자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기도 했다.

지난해 손바닥문학상을 받고 난 다음 가장 기뻤던 것은 그동안 혼자 부르던 노래가 단지 혼자만의 노래가 아니라는 거였다. 다른 이들이 공감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용기도 생겼다. 용기는 내 안에 꽁꽁 접혀 있던 날개 한쪽을 조금씩 펼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구겨진 채 다시는 펼치지 못할 것 같던 상한 날개였는데. 이제 좀더 열심히 하면 양쪽 날개를 다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기대도 해본다. 연금술사가 금이라 부르는, 진정한 가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까지 생겼다.

일상 탈출이라는 도피처로 시작한 소설쓰기. 지금은 한적한 시골 풍경 속에 농가주택 한 뼘 마련해놓은 기분이다. 혼자 깊은 밤 컴퓨터를 마주하면서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주변에서 일어난, 또는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소설로 구성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나이 들어 늦은 감이 있지만 ‘100살 시대에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구겨진 날개를 어루만진다.

우연히 도전하게 된 손바닥문학상이다. 소설쓰기에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첫 항해에 대한 용기를 주는 손바닥문학상에 당신도 도전해보시길….

이채운 제6회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 내 글이 인쇄된 지면을 몽땅 사버렸다

요즘 내 곁에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기쁘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새삼 느끼곤 한다. 친구들에게 징징대기도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다 때려치우고 서울생활 그만 접고 싶다고 응석 부린다. 그들은 잘할 거라고, 내가 잘해낼 거라고 한다. 정말이지, 나는 또 한 번 속는다. 나는 잘해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안다. 지면 하나 빌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 좋으라고 쓰는 글, 당신도 좋았으면 좋겠다. 과한 욕심인 것도 알고 내미는 손도 부끄러워죽겠다. 그렇지만 자꾸만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난해였다. 내 글이 인쇄된 지면을 손으로 훑고 또 훑었다. 이렇게 빳빳한 종이에 인쇄되다니! 세상에 글자가 이렇게 많아! 너무 신기해서 서점에 들어가 “여기 있는 다 주세요” 하고 수줍게 주문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다섯 부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다섯 부를 안고 가던 그 추운 밤이 생각난다. 두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기회를 갖게 되어서 기뻤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눈들을 상상했다. 잘 그려지지가 않았는데 그래도 그 눈들이 나를 보고는 있겠구나, 있겠지… 진짜로… 싶었다. 그들이 있어 기쁘다.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자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최명희 작가의 말이다. 누가 쓰라고 하지 않았는데 쓰는 자들은 묵묵히 쓴다. 쓸 수밖에 없다. 고통스러워 얼굴을 구기면서도 쓴다. 힘든 일이지만 쓰는 일만이 자신다운 일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읽어줄 사람들을 간절히 찾는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내가 느꼈던 기쁨이 누군가에도 전해지기를. 내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그 사람들도 위안받기를. 내가 ‘눈’이 되어줄 수 있어서 기쁘다. 기다리겠다. 어디선가 쓰고 있는 당신의 눈이 되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장희원 제6회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 공모 상세 안내

대상  논픽션·픽션 불문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주제나 소재로 한 문학글

분량  200자 원고지 50~70장

응모요령  한글이나 워드파일로 작성해 전자우편(palm@hani.co.kr)으로 접수

마감  11월15일(일요일) 밤 12시

발표  12월14일(월) 발행되는 제1091호(12월21일치)

문의  palm@hani.co.kr, 전자우편으로만 받습니다.

상금 및 특전  대상 300만원, 가작 100만원

*수상자는 일정 기간 필자로 기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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