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도보로 순례에 나선 여정을 함께 따라가며 ‘길 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장 중계를 한 것이다. 매주 한 권의 시사주간지를 만들어 내놓는 것과는 별개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서려는 의도였다. 안산 단원고 2학년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이아름씨, 2학년4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 등 유가족 3명은 지난 7월8일 안산 단원고를 떠나 날마다 남쪽 바다를 향해 한 발짝씩 힘겨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에 이르는 465km의 긴 여정이다.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팽목항을 떠나 대전까지 되돌아오는 여정까지 포함하면 거의 800km에 이르는 고행길이다. 이아름씨는 도보 순례 전체 여정을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의 형태로 빠짐없이 기록하며, 매일매일 순례 일기도 쓰고 있다. 은 이씨의 일기 일부를 매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중이다.
첫날부터 행군에 나선 정은주 기자와 김연희 인턴기자도 여간 애쓴 게 아니다. 이번주 기사 마감을 위해 일행과 떨어져 잠시 서울로 올라온 두 사람의 얼굴은 그새 검게 타 있었다. 무거운 다리를 주물러가며 마감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편집장을 향한 마음속 원망 소리가 파고든다. 미안.
애초 치밀한 준비는 물론 의료나 물품 장비 등 아무런 지원 없이 나선 길임에도, 유가족 일행을 반기는 손길은 역시나 끊이지 않았다. 출근길에 이들이 지나가는 길목을 미리 지키고 있다가 말없이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고 가는 분들,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전하고자 지나쳤던 길을 되돌아온 트럭 기사님들도 있었고, 오늘의 이동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일행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무엇인지, 한 끼 식사라도 꼭 제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에 물어오는 분도 무척 많았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통해 유가족 일행에게 마음을 모아주고 있다.
이들 유가족은 자신들의 여정을 ‘순례’라 불렀다. 어쩌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2014년 여름 이들이 걸었던, 안산~팽목항을 잇는 길은 ‘세월호길’이라 이름 붙여질지도 모르겠다.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 아래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딛던 그 길은 결코 잊지 않겠다는 기억의 길,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참회의 길, 상처를 서로 보듬는 치유의 길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을까?
이들의 순례는 멈춘 게 아니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마감을 끝낸 기자들도 다시 짐을 꾸려 일행과 만나기 위해 떠났다. 의 순례 중계는 다음주에도 계속 이어진다(facebook.com/hankyoreh21, @han21_editor).
덧붙여, ‘예고’할 게 하나 더 있다. 다음주(7월14~18일)엔 과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가 공동으로 ‘밀양 농활’을 진행한다. 공권력에 무참히 짓밟힌 밀양 마을의 상처를 위로하고, 시즌2를 준비 중인 밀양의 할매·할배들에게 원기를 북돋워주려는 또 하나의 실험이다. 의 밀양 농활 일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최우성 편집장 morgen@hani.co.kr
*제1019호 마감 작업이 모두 끝난 뒤 최종 인쇄용 필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6쪽(차례)의 일부 글자가 깨진 상태로 인쇄돼 독자들에게 배송됐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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