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에는 똥물? (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제공)
→ 검열에 걸리는 질문은 아닙니다만, 답변하는 저도 민망하긴 마찬가지네요. 취재차 여러 전문가들께 여쭤볼 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아 혼났습니다.^^
우선 똥물은 한의서에 나오는 ‘약재’ 가운데 하나가 맞습니다. 등 대부분의 한의서에선 이를 ‘인중황’(人中黃)이라고 부르는데요, 성질이 차가워 유행성 열병, 열 때문에 생기는 모든 독과 부스럼, 균독 등을 치료하고, 어혈을 풀어 피를 맑게 하는 데 쓴다고 합니다. 12월에 대나무를 잘라 바깥쪽 푸른 껍질을 벗겨낸 뒤 똥통에 넣어두면 대나무통 안에 ‘즙’이 스며든다고 하는군요. 또는 푸른 껍질을 벗긴 대나무 두 마디 가운데 윗마디에 감초를 넣어 봉하고, 아랫마디만 똥통에 꽂아둡니다. 한 달 뒤 감초만 꺼내어 바싹 말려 쓰면 된다고 합니다.
이번엔 장독(杖毒)을 알아볼까요? 장독이란 저 옛날 곤장을 심하게 맞아 생긴 상처의 독을 말합니다. 매 맞아 생긴 ‘골병’이지요. 많이 맞았으니 엉덩이 주변엔 불이 나고, 열독도 오르고, 살점도 뜯겨나가 헐고 곪았겠지요. 은 △세균을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황련·황금·유향 등을 환부에 붙이고 △어린아이의 소변이나 당귀, 홍화 등을 먹여 어혈과 열을 제거하며 △황기·인삼·작약 등을 달여 먹여 피부를 재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장독에 인중황을 쓰라는 처방이 없는데도 “장독엔 똥물이 특효”란 말이 생긴 건, 인중황과 장독이 각각 이런 특성을 지닌 때문이겠지요. 김이종 하늘벗한의원 원장은 “약이 귀해 구하기 어려운 시절, 급히 써야 할 때 인중황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며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허리나 발목을 삐끗하면 민간 요법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효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똥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쓰였던 것 같습니다. 판소리 하는 분들이 똥물을 먹고 폭포 앞에서 소리를 지른 뒤 득음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할머니·할아버지들께서 들려주시곤 하지요. 사람 똥과 쌀겨, 감초가루 등을 넣어 만든 탕약인 ‘금즙’은 감기와 만성기침 등의 치료제였다고 합니다. 말린 똥은 인시(人屎)라 하여 인중황과 같이 열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고요.
요즘엔 곤장 맞을 일도 없고, 가혹한 체벌이나 교통사고, 고문 등으로 ‘현대판 장독’에 걸리더라도 인중황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다 수세식 변기를 쓰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온갖 식품첨가물과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식품으로 범벅된 인중황이라면 허준 선생이 환생한다 해도 약으로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이 똥통 같다는 생각에 가슴에 천불이 나시나요? 열을 내릴 똥물을 마시긴 어렵지만, 똥통에서도 약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조금 나아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엔 똥만큼 유익한 분들을 뉴스에서 많이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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