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쥐>. 사진 모호필름 제공
→ 드라마는 원래 불공정합니다. 드라마는 생산자인 작가 마음입니다. 드라마 작가가 살리기를 원했다면 살고 죽이려고 했다면 죽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신 이 불공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존 스텁스라는 저명한 청교도가 여왕과 알랑송 공작의 혼사를 비판하자 영국 정부는 그의 오른손을 잘라버렸다. 피가 철철 흐르는 잘린 손목을 치켜들고 군중들에게 자기 모자를 벗어 보이면서 스텁스는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 하고 외치고는 기절해 쓰러졌다. 그는 마차에 실려 감옥으로 끌려가서 18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빌 브라이슨 )
존 스텁스는 손이 잘린 뒤에도 살아 있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종류의 ‘절단 후 생존’은 중국의 여태후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에도 있습니다. 여태후는 한고조 유방의 아내인데, 유방이 아끼던 여인인 척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눈을 뽑고 귀를 태우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인 뒤 돼지우리에 가뒀다고 합니다. 그녀도 죽지 않고 살아서 ‘인간 돼지’로 사육당했다고 합니다.
실연당한 아가씨와 공사장 아저씨의 중요한 차이는 첫째 응급처치입니다. 아가씨는 홀로 자살을 도모하면서(‘할복’이나 ‘분신’ 등이 아니라면 남이 보는 앞에서 자살하지는 않습니다) 흘러나오는 피를 지혈하지 않고 지혈‘당하지’도 못합니다. 공사장 아저씨는 팔이 절단됨과 동시에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응급처치를 한 뒤 119를 불렀겠지요.
얼마나 빨리 조처를 취해야 이들을 위급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인간 몸의 혈액량은 체중의 6.5(여성)~7.5%(남성)를 차지합니다. 체중이 50kg인 실연당한 아가씨의 경우 3.25lkg, 70kg인 공사장 아저씨의 경우 5.25kg 정도의 혈액이 몸속에 있습니다. 이 혈액의 3분의 1 이상을 실혈한 경우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실연당한 아가씨의 경우 위급에 이르는 실혈량은 1.1kg, 약 1.1ℓ(말단 혈관의 두께가 3mm, 혈류 속도가 1.1~1.3km/hr)인데, 8~9분이면 이 정도의 양이 흘러나옵니다. 같은 계산으로 아저씨의 경우는 위급에 이르는 실혈까지 11분 정도가 걸립니다. 이 시간 내에 아가씨를 발견해 조처를 취하거나, 이 시간 이후에 아저씨가 옮겨진다면 둘의 운명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겠지요.
실지로는 상처가 자연적으로 수축하고 혈관이 좁아지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산술적인 계산은 불가능하다(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조중호)고 합니다. 다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의 ‘인간적’인 신부는 10분 이하로 흡혈을 하여 환자와의 ‘공생’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신부는 수혈 중인 환자에게 꽂힌 관의 끝을 입에 물고 누워 ‘흡혈’을 합니다).
실연당한 아가씨와 공사장 아저씨의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의지입니다. 그었느냐 절단됐느냐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팔을 절단해 자살하려는 사람은 죽고, 사고로 손목이 그어진 사람은 삽니다.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 현실과 드라마 공통의 비극이 아닐까요.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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