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생대책위원장이 2024년 1월29일 오찬 회동을 하기 전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내조만 하겠다더니 내조 빼고 다 한 영부인과, 궁중 암투는 하지 않겠다면서 궁중 암투 주역 그 자체인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떠나는 인사들은 안 잡고 비장하게 통합을 외치는 야당 대표를 보면서 그룹 포미닛의 노래를 개사해 흥얼거리게 된다. 직업이 뭐예요~ 하는 일이 뭐예요~.
권력을 지닌 이들의 언행 불일치에 기가 막혀서일까. 3지대 신당 세력의 시행착오가 짠하다 못해 갸륵하다. 이들이 꼭 빅텐트를 만들지 않더라도 쭉 응원해주고 싶다. 지긋지긋한 ‘전략투표’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저쪽이 되면 어쩌나 해서 이쪽을 찍는, 혹은 이 사람이 싫어서 저 사람을 찍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선택이 그간 우리 표심을 얼마나 그릇되게 반영했는지는 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뻔히 지지 정당이 있어도 사표가 될까봐 혹은 최악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영향을 줄까봐 망설인 경험이 적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과 녹색당이 자구책으로 선거연합을 하는 것도 이해한다. 1, 2, 3, 4, 5… 당이든 1, 1′, 2, 2′, 3… 당이든 견주고 저울질할 당이 많은 건 유권자로서 나쁘지 않다. 선택지가 다양해야 ‘소신투표’가 가능하다.
정치는 일종의 집체극이다. 무대 위 정치 행위를 관객인 유권자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럼 민주당은요?’ 식으로 제아무리 현란한 말재간을 부려도 ‘아,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찍소리 못하는구나’ 바로 눈치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민생을 외치며 이것저것 쏟아내도 그 모든 게 실현 가능성도 의지도 없는 선거용 선심 정책임을 금방 알아챈다. 이 두 분이 아무리 밥을 길게 먹으며 머리 맞대고 민생을 걱정했다 해도 저마다의 뇌 지도가 훤히 그려진다. 권력 의지보다는 생존 의지가 앞서 보인다.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이와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이의 ‘무근본 짬짜미’의 끝은 총선일까, 그 전의 파국일까.
정치하는 게 아니라 도를 닦는 듯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믿는 건 윤 대통령밖에 없나보다.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외에 선택지가 없으리라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다. 오산이다. 집권세력의 실정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건 누가 뭐래도 대표 리더십의 한계 탓이다. 그 처절한 조국 사태를 겪을 때도 민주당 지지율은 지금보다 높았다. 이 대표는 이를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서민팔이’ 부자감세나 무차별 메가시티 같은 여권의 터무니없는 행보에 기민하고 정확하게 제동을 걸기는커녕 눈치 보면서 뭉개왔다. 집권 경험으로나 의원 수로나 민주당이 이렇게 ‘실력’이 없을 리 있나. 어딘가 꽉 막혀 있는데 아무도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책임지기 싫으니 아무 문제 없는 척한다. 어쩌다 이렇게 ‘쫄보’가 됐나. 용산 대통령실만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실도 구중궁궐인가.
정치의 본위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지 오래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한 번도 안 만났다. 여당 리더는 야당 리더를 중범죄자로만 취급한다. 야당 대표는 당내 갈등조차 중재하지 않는다. 그래놓고는 모두 총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여긴다. 어느 쪽이든 압도적 1당이 되면, 과반만 되면, 그래서 상대를 짓누르면 우리 정치가 나아질까. 오히려 어느 당도 과반이 안 돼야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단 몇 석이라도 아쉬워야 설득과 양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양당이 아닌 세력이 그 열쇠를 잘 쥐길 바란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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