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사진
극좌, 환경, 중도진보, 중도, 보수, 뉴라이트, 극우 정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당은 공통분모를 찾아 연정을 꾸리고, 과제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한다. 한 당이라도 더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설득하고 조정한다. 내 입장의 최선은 아닐지언정 최악은 면한다. 함께 추진하는 개혁은 힘 있고 지속적이다. 우리 얘기는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유토피아 얘기도 아니다. 덴마크 정치를 다룬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원제 보르겐)는 다당제 정치의 현실을 세밀하게 그린다. 겪어보지 않아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 알겠다. 정치는 한판 승부가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라는, 진부하나 잘 존재하지 않는 진실.
우리나라도 다당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뻔’했다. 2022년 4월1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3~5인 중대선거구제(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합의했다.(사진) 11개 선거구에 한해서다. 4인 이상 선거구를 광역의회 판단에 따라 더 작은 단위로 분할할 수 있도록(2인 선거구로) 한 공직선거법 조문을 삭제한다. 3~4번째 정당이 등장할 수 있었던 기존의 4인 선거구 지역들조차 이 조문 탓에 도로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2인+2인 선거구가 되고 말았다.
다만 11개 지역 ‘시범’ 실시다. 그마저 힘겹게, 국회의장 중재로 막판에 합의했다. 제20대 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다당제 실현을 핵심 정치 과제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다당제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거대 양당의 다당제 논의는 ‘싫고, 더 싫음’으로 점철한 대선의 몇 안 되는 흐뭇한 장면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 의회만 봐도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득표율 50.92%로 92.73%의 의석을 점했다. 시민 상당수가 의회를 나를 대표하는 곳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을 완화하는 건 상식적이다. 상식이 실현되리라는 기대는 오래 못 갔다. 국민의힘은 제시된 다당제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에는 어느새 ‘검수완박’ 말고 남은 게 없는 듯 보였다. ‘시민에게 좋은 것’보다 ‘기득권 지키기’가 우선인 듯 보이는 반대와 무관심의 합작은 외려 다당제의 필요성을 한층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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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당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터.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 속 총리는 설득하러 다니느라 오늘도 전전긍긍, 때로 신념을 양보하며 고뇌한다. 그 모습조차 왜 이리 멋있어 보이나. 역시 정치는, 아직 드라마로 보는 게 더 좋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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