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책들,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주옥같다. 의 ‘인류 보완 계획’을 능가하는 전율을 안겨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보시기에 한국의 젊은 남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결혼을 안 해서고,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만남의 장이 부족해서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단체맞선을 주선하고 “이 자리에서 만난 남녀가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여가·문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한다. 이름하야 ‘만사결통’(萬事結通·만사는 결혼에서 통한다) 프로젝트. 세계 최대 미팅 주선업체 ‘혜슐리 매디슨’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에 질세라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놨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여당 정책 협의에서 새누리당은 공교육 및 대학교육 과정을 단축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사회 진출과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현상이 출산율을 낮추고 있으니까 청년들을 학교에서 사회로 빨리빨리 내보내면 출산율도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발상이다. 이건 사회정책이나 복지정책이 아니다. 축산정책이다. 외양간에 가둬놓으면 교미를 하지 않으니 번식이 가능해진 개체들은 바로 내보내서 ‘접붙이자’는 소리니 말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다. OECD가 아니라 전세계 국가를 따져봐도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사회는 거의 없다. 홍콩, 마카오 등 작은 도시국가 몇몇만이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다. 국민 대다수는 출산율이 왜 이토록 낮은지 안다. 만남의 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서도 아니다. 본질적 원인은 명료하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기에 너무나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확산된 불안정·비정규 노동과 낮은 임금 수준이 만들어낸 고용 불안,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최장 수준인 노동시간과 세계 최악의 주거 불안, 생색내기에 그치는 정부의 양육·보육 지원 정책, 허술한 사회안전망…. 오늘날 한국의 청년들은 그저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차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삶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느 사회나 출산율이 삶의 질과 사회 안정성의 결정적 지표인 것은 그래서다.
이른바 선진국들도 과거 출산율 저하를 경험했다.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그들은 대대적인 사회 개조에 나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사람들, 당사자이자 공동체의 미래인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지, 출산을 하더라도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조사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가장 성공적으로 출산율을 반등시켰다고 평가받는 프랑스의 경우, 강력한 수당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수당제도는 가족의 경제 상황이나 지역에 제한받지 않고 무조건 주어지는 돈이다. 자녀 수에 따라 110유로에서 400유로에 이르는 금액이 매달 지급된다. 이뿐만 아니다. 임신 7개월까지 1천유로 남짓 지급되는 출생입양수당이 있고, 자녀가 태어나서 3살이 될 때까지 자녀 1명당 매달 약 160유로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신생아 환영수당이 있다.
1960년대 출산율 하락을 경험한 스웨덴은 기존 수당제도들에 더해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으로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렸다. 출산과 양육은 남녀 모두의 몫이라는 원칙을 모든 제도에 관철하고 있기에 다른 나라에 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가 탁월하게 설계돼 있다. 독일은 보육과 교육에 초점을 맞춰 출산율을 제고해온 나라다. 1950년대부터 시행돼온 독일 사회 특유의 아동수당은 아동이 21살이 될 때까지 국가가 무조건 매달 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부모가 학생이거나 직업훈련생일 경우 자녀 나이 27살 미만까지 지급이 연장되고, 장애인인 경우 연령 제한 없이 계속 지급된다. 양육을 위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양육 기간과 자녀 수에 비례해 노후연금을 지급하는 주부연금제도도 있다. 이렇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박근혜 정부의 출산율 대책이란 게 어떤 수준의 물건인지 잘 알 수 있다. 그저 참담하고 또 참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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