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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은 민심인가

등록 2015-05-06 15:44 수정 2020-05-03 04:28

재보선은 민심을 반영하는가.
이제는 필요가 있더라도 1년에 두 번, 4월과 10월에 맞춰 함께 실시하기로 고정된 재보선의 경우, 선거 이후 ‘민심’을 해석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있다. 선거가 경합으로 마무리되면 각 정치세력은 민심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잣대를 들이민다. 실제 자신들이 한 말을 믿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당을 신임했다거나 야당에 견제의 몫을 맡겼다거나 말을 만들면 그만인 것처럼 행동한다. 반면 선거가 일방의 승리로 끝날 경우 한쪽은 ‘민심의 승리’를 말하는 한편, 다른 한쪽은 이 선거가 ‘민심’을 반영했다고 인정하는 데 주저함을 보인다.

컴퓨터그래픽 미디어스 김민하 기자

컴퓨터그래픽 미디어스 김민하 기자

특히 당 지도부가 아니라 ‘현실정치’의 ‘선거전략’을 잘 안다고 하는 이들이 그리 말하는 경우가 많다(이들 중 일부는 ‘선거전략’ 대신 ‘선거공학’이란 말을 선호하지만 어떤 공학도들은 그 말이 공학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를 반영한다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애초에 ‘민심’이란 단어도 두루뭉술하단 걸 생각해보면, 재보선 결과가 민심과 상관없다는 단언은 일종의 책임 회피라고 하겠다.

참여정부 시절 보수야당과 보수언론들은 참여정부가 민심을 잃어 재보선에서 전패를 했다고 해석했다. 참여정부 말에 여당이 분열되고 간판을 바꾼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누구보다 당선 가능성의 풍향에 민감한 저 의원들 역시 그 해석을 믿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 재보선은 한정된 지역에서 낮은 투표율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기에 민심을 한정적으로 반영한다는 하나 마나 한 소리가 차라리 사리에 맞겠다. 그렇다면 그 ‘한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니, ‘재보선은 민심을 어떻게 반영하는가’란 것이 정확한 물음이겠다.

여기에 대한 대답도 사실 다들 대략적으론 가지고 있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는 중앙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중도파가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 편’을 결집하고, 지역 이슈에 민감한 유권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그런 면에서 볼 땐 이 선거 결과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도 아전인수다). ‘우리 편’이 ‘징벌적 기권’을 할 여지를 줄이고 학생·노동자보단 전업주부, 자영업자, 비노동 고령자가 이끌릴 정책 화두를 던져야 한다.

‘새줌마’ 대 ‘정권 심판’, 그리고 각 지역의 인물 경쟁력을 이 잣대로 평가해볼 때 이번 선거 대응을 누가 잘했는지는 뻔하다. (‘새줌마’는 능숙한 요리 솜씨를 방송에서 뽑낸 배우 차승원씨의 별명 ‘차줌마’와 ‘새누리당’의 합성어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앞치마를 두르고 유세를 펼쳤다.) 그에 비하면 야권 분열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 역시 각 정치세력의 권리를 제약해 지대를 추구하려는 제1야당 지지자들의 정략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진보정당에 속하는 정의당과 노동당, 또 국민모임(제1야당을 교체하는 진보정당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아직 조직을 만들지 못해 무소속으로 선거에 개입한)을 막론하고 선거의 성격에 맞는 전략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현실태이며 문제의 본질이다. 그들 조직 내부에는 밖에서 논평하는 장삼이사보다 선거에 밝은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일부는 ‘경험의 역설’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대부분은 정치세력 내 정치 구도의 혼란 때문에 그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행했던 드라마 에 비유한다면 “이성계는 없는데 ‘가짜 정도전’들이 제각각 선수들을 현혹하는 상황”이 야권 내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 상황이 선거 때마다 확인되는 현실이, 다음 선거에서 야권에 대한 기대치의 최솟값을 더욱 낮추고 있다. ‘꼼수’가 아닌 ‘기초체력’의 영역에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을 반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행여 정권의 실책으로 지지 기반이 크게 붕괴돼 정권이 교체된다 한들, 이런 정치세력으로 무슨 개혁을 담보하겠는가.

한윤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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