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저울은, 이번에도 기울고 치우쳤다. 2주 전 쌍용자동차 판결에서 얼굴을 드러냈던 ‘자본의 법’은 확고했다. 11월27일 대법원은 YTN 노조원 9명(해고자 6명 포함)이 낸 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과 조승호·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6년을 기다려온 3명의 언론인은 최종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해고자가 됐다. 대법원은 이들을 단칼에 내친 회사 쪽 손을 끝내 뿌리치지 않았다. YTN 사태는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권력의 방송 장악 프로젝트의 첫 시발점 성격이 짙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 대선캠프 방송총괄본부장 출신을 새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YTN을 첫 사냥감으로 삼았다. 공정방송 수호 등을 외치며 몇 달 동안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자, 회사 쪽은 기습적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구본홍 사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려던 조합원들은 회사가 데려온 외부 용역에 의해 진압됐다. 같은 해 10월 노조위원장 등 6명은 해고됐다. 일사천리, ‘빠른’ 해고였다.
해고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이번주, 은 때마침 귀한 문건 몇 가지를 입수했다. MBC가 국내 대형 법무법인 두 곳으로부터 ‘장기 저성과자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 질의한 뒤 건네받은 답변서였다. YTN이 방송 장악의 첫 사냥감이었다면, MBC는 현 정부 아래서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 ‘현재’다. 문건엔 회사 쪽이 ‘성과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직원들을 궁극적으로 해고하려는 의도와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회사 쪽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건, 그들이 겨냥한 목표가 권력에 빌붙은 경영진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권력에 굴종하는 보도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직원들일 가능성이 아주 높은 탓이다. 사실상 말썽꾼을 솎아내는 ‘간편한’ 해고를 위한 경영진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빠른 해고, 간편한 해고가 넘쳐나는 이 땅에, 이제는 아예 ‘쉬운’ 해고마저 등장할 모양이다. 정부는 12월 중 발표 예정인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기로 했다. 지난 11월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며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규직 과보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 부총리는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쉬운’ 해고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문료를 물어가며 ‘해고 스터디’에 나서는 회사의 부지런함에 뒤질세라 정부가 한발 앞서 내달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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