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ref href="mailto:morgen@hani.co.kr">morgen@hani.co.kr">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마치 전체 의견인 양 왜곡·확대했다.”
지난호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꼭지에 소개된 한 대학 매체의 투고 글을 두고, 해당 대학 학생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난이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글을 둘러싼 찬반 공방도 거셌다. 요즘 대학사회의 ‘뜨거운 감자’라 할 훌리건 문화의 실태를 대학생 자신들의 목소리로 다루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거니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는 반응이다.
결이 조금 다른, 이런 목소리도 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이런 식의 프레임은 20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왜곡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줄 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의 재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요즘 젊은 애들’의 철없는 행태를 꾸짖는, 꼰대들의 뻔한 행태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몇 년 전 잠시 화제를 모았던 20대 개새끼론에는, 취업 준비와 스펙 쌓기에만 매달린 채 거리와 광장을 잃어버린(것으로 비치는) 20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거북한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마주하는 20대의 불편한 속내가 동시에 얽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찬찬히 해당 글을 다시 읽어봤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에 미쳤다. 애초 투고 글을 지면에 소개하며 품었던 의도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조건과 주체. 둘의 조합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평범하면서도 당연한 이치다. 과거에도 대학사회에 서열문화의 흔적이 존재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다만 요즘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덜했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사회적 의식 수준이 요즘 대학생보다 선진적이어서? 아니다. 과거 대학사회가 정치·사회 현안에 더 관심을 쏟았던 것은 맞으나,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당시 사회는 과도한 구분짓기나 배제 전략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을 넉넉히 끌어안을 수 있는 물적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에 비하면 요즘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과거보다 두드러지게 허약해진 물적 조건 아래에선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맹목적인 구분짓기와 배제, 차별과 위계 전략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끊임없이 외부화·타자화하도록 강제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공고해졌다. 불안감(정확히 말해 이런 전략을 통해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은 불을 지피는 땔감이다.
누구를 탓할 순 없다. 모두가 함께 만든 현실이고, 모두가 함께 바꿔가야 할 숙제다.
■ 제1018호 56쪽에 실린 기사(‘훌리건과 싸우다 훌리건이 되다’)의 그래픽에 ‘일베’가 일방적으로 수정해놓은 특정 대학의 가짜 로고를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독자와 해당 대학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ahref>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마치 전체 의견인 양 왜곡·확대했다.”
지난호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꼭지에 소개된 한 대학 매체의 투고 글을 두고, 해당 대학 학생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난이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글을 둘러싼 찬반 공방도 거셌다. 요즘 대학사회의 ‘뜨거운 감자’라 할 훌리건 문화의 실태를 대학생 자신들의 목소리로 다루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거니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는 반응이다.
결이 조금 다른, 이런 목소리도 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이런 식의 프레임은 20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왜곡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줄 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의 재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요즘 젊은 애들’의 철없는 행태를 꾸짖는, 꼰대들의 뻔한 행태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몇 년 전 잠시 화제를 모았던 20대 개새끼론에는, 취업 준비와 스펙 쌓기에만 매달린 채 거리와 광장을 잃어버린(것으로 비치는) 20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거북한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마주하는 20대의 불편한 속내가 동시에 얽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찬찬히 해당 글을 다시 읽어봤다. 자연스레 이런 생각에 미쳤다. 애초 투고 글을 지면에 소개하며 품었던 의도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조건과 주체. 둘의 조합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평범하면서도 당연한 이치다. 과거에도 대학사회에 서열문화의 흔적이 존재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다만 요즘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덜했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사회적 의식 수준이 요즘 대학생보다 선진적이어서? 아니다. 과거 대학사회가 정치·사회 현안에 더 관심을 쏟았던 것은 맞으나,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당시 사회는 과도한 구분짓기나 배제 전략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을 넉넉히 끌어안을 수 있는 물적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에 비하면 요즘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과거보다 두드러지게 허약해진 물적 조건 아래에선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맹목적인 구분짓기와 배제, 차별과 위계 전략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끊임없이 외부화·타자화하도록 강제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공고해졌다. 불안감(정확히 말해 이런 전략을 통해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은 불을 지피는 땔감이다.
누구를 탓할 순 없다. 모두가 함께 만든 현실이고, 모두가 함께 바꿔가야 할 숙제다.
■ 제1018호 56쪽에 실린 기사(‘훌리건과 싸우다 훌리건이 되다’)의 그래픽에 ‘일베’가 일방적으로 수정해놓은 특정 대학의 가짜 로고를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독자와 해당 대학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ah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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