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저 유명한 오프닝 시퀀스를 다시 보면 이 모든 이야기를 출발시킨 하나의 질문이 새삼 가슴에 꽂힌다. ‘미국은 왜 가장 위대한 국가인가.’ 그때 우리의 주인공 앵커 윌 맥어보이는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국가가 아니”라는 ‘안티 아메리카’적 발언으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라는. 이 답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킨 것은 윌의 동료이자 PD인 매켄지다. 그녀는 윌에게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데서 시작하자고 말한다. 지극히 원론적인 말이지만 지키는 건 어렵다. 가령 시즌1, 4화를 보자. 정치인 총격 사건이 속보로 들어오자 윌의 뉴스팀만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총격 사실만을 보도한다. “속보 경쟁에서 뒤처지면 1초에 1천 명이 채널을 돌린다”는 방송 시장에서 ‘정확한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기본적인 언론 정신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세월호 재난 보도에서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국내 언론을 통탄할 때 제일 많이 인용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시청률을 의식하며 언론 정신을 잊고 있던 자신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던 윌의 말은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을 출항시켰던 근본적 질문은 침몰한 세월호와 더불어 이 땅에도 던져졌다. “이것이 국가인가.” 시장에 무릎 꿇은 언론만이 아니라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정부도, 부실을 방조한 우리 모두도 함께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답을 찾을 때다. 김선영 TV평론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저희가 실패했습니다.” 에서 ‘뉴스나이트’가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9·11 청문회에 나온 전 백악관 테러담당수석 리처드 클라크의 연설을 방영한다. 이어 앵커인 윌 맥어보이가 말한다. “미국인들은 저 순간을 좋아했고, 저도 마찬가집니다. 어른이라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거기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참상이 겹쳐진다. 어른들이 겹겹이 저질러둔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애꿎은 유가족, 선생님, 학생, 공감하는 시민들만이 스스로를 자책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모든 과실을 밝혀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만, 스스로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란다. 외계의 행성에서 온 오로라 공주님의 목소리 같다. 거의 모든 시간을 사건 중계에 할애하고 있는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밝히기보다는 마녀를 찾기 위해 애쓴다. 다시 으로 돌아가자. 윌은 스스로를 뼈저리게 반성한다. 모든 언론인을 대신해 두루뭉수리하게 사과하는 게 아니다. “저는 느리고, 반복적이며, 알려지지 않고, 고칠 수도 없는 거대한 실패들을 통해 이 나라를 여기로 끌고 온 공범입니다. 저는 언론 산업의 리더로서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고,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논란을 야기했고, 미국 정치 구조의 변형을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미디어 엘리트의 모습이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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