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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평소보다 두툼한 부피의 을 선보였다. 1000호 기념 특대호였다. 이번주 ‘리바이벌21’ 코너에 실린 시사넌센스에도 언급됐듯이, 마치 종이학을 1천 번 접은 기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곧장 ‘학’으로 변하진 않는 모양이다. 별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인과 사랑을 나누는 세상임에도.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검찰과 변호인이 각기 증거로 제출한 문서에 찍힌 도장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문서를 넘긴 국가정보원이 애초부터 통째로 관련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을 뜻한다. 다시, 그리고 역시나 국정원이다. 2012년 대선에 불법 개입했고, 그 뒤 서울지방경찰청을 통해 선거 개입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한 국가기관 말이다. 지난 대선 때 국가기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되뇔 뿐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년을 넘겼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초 여야 수뇌부는 국정원 개혁을 위해 연말까지 국회정보위원회를 전임상임위원회로 만들기로 합의했으나, 지금껏 거둔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도장이나 찍어 당당하게 증거 자료랍시고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배경이다.
고삐 풀린 국가기관이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마음껏 유린하는 사이, 사회로부터 방어막을 상실한 사람들은 삶의 벼랑에서 힘없이 스러져갔다. 지난 2월26일엔 서울 송파구 반지하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얀 봉투 위에 써내려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란 문구가 이승에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팔을 다쳐 식당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게 생활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의료 공공성 붕괴가 앞으로 가져올 더 큰 참상의 전주곡쯤으로 읽힐 수 있다. 세 모녀가 세상을 등진 날은, 공교롭게도, 공공병원의 상징처럼 돼버린 진주의료원 폐원 결정이 이뤄진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굳게 닫힌 채 버려진 진주의료원, 1년 전 아픈 몸을 의지하던 그 환자들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은 이번주 표지이야기로 진주의료원 폐원 1년을 맞아 그때 그 환자들의 현주소를 추적해봤다. 온갖 반대에도 폐원을 밀어붙인 경남도가 ‘완쾌자’로 분류해 강제퇴원시킨 사람들 이야기다.
다음주, 드디어 이 스무 살이 된다. 얼마 전 전자우편 한 통을 받았다. 1994년 창간 때부터 구독해온 독자분이었다. “에 ‘중독’된 게 아닌가 싶다”며 “함께한 20년이 앞으로 함께할 20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셨다. 창간호부터 1000호까지를 지금껏 모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창간독자분도 계신다. 분에 넘치는 사랑이다. 모든 독자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풍성한 창간 20주년 기념호를 준비해 올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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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평소보다 두툼한 부피의 을 선보였다. 1000호 기념 특대호였다. 이번주 ‘리바이벌21’ 코너에 실린 시사넌센스에도 언급됐듯이, 마치 종이학을 1천 번 접은 기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곧장 ‘학’으로 변하진 않는 모양이다. 별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인과 사랑을 나누는 세상임에도.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검찰과 변호인이 각기 증거로 제출한 문서에 찍힌 도장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문서를 넘긴 국가정보원이 애초부터 통째로 관련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을 뜻한다. 다시, 그리고 역시나 국정원이다. 2012년 대선에 불법 개입했고, 그 뒤 서울지방경찰청을 통해 선거 개입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한 국가기관 말이다. 지난 대선 때 국가기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되뇔 뿐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년을 넘겼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초 여야 수뇌부는 국정원 개혁을 위해 연말까지 국회정보위원회를 전임상임위원회로 만들기로 합의했으나, 지금껏 거둔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도장이나 찍어 당당하게 증거 자료랍시고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배경이다.
고삐 풀린 국가기관이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마음껏 유린하는 사이, 사회로부터 방어막을 상실한 사람들은 삶의 벼랑에서 힘없이 스러져갔다. 지난 2월26일엔 서울 송파구 반지하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얀 봉투 위에 써내려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란 문구가 이승에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팔을 다쳐 식당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게 생활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의료 공공성 붕괴가 앞으로 가져올 더 큰 참상의 전주곡쯤으로 읽힐 수 있다. 세 모녀가 세상을 등진 날은, 공교롭게도, 공공병원의 상징처럼 돼버린 진주의료원 폐원 결정이 이뤄진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굳게 닫힌 채 버려진 진주의료원, 1년 전 아픈 몸을 의지하던 그 환자들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은 이번주 표지이야기로 진주의료원 폐원 1년을 맞아 그때 그 환자들의 현주소를 추적해봤다. 온갖 반대에도 폐원을 밀어붙인 경남도가 ‘완쾌자’로 분류해 강제퇴원시킨 사람들 이야기다.
다음주, 드디어 이 스무 살이 된다. 얼마 전 전자우편 한 통을 받았다. 1994년 창간 때부터 구독해온 독자분이었다. “에 ‘중독’된 게 아닌가 싶다”며 “함께한 20년이 앞으로 함께할 20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셨다. 창간호부터 1000호까지를 지금껏 모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창간독자분도 계신다. 분에 넘치는 사랑이다. 모든 독자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풍성한 창간 20주년 기념호를 준비해 올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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