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이던 그해 봄날은, 내겐 참 잔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세상은 화창한 봄날이었으나, 3주 남짓한 사이 내 눈앞에선 거짓말처럼 동료 학생 세 명이 제 몸에 불을 붙여 차례로 목숨을 끊었다. 불과 10여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넋 놓고 지켜봐야 했던 분신 장면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슬로비디오처럼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곤 한다.
지독히도 안녕치 못했던 2013년 마지막 날, 서울역 고가도로에선 또 한 명이 제 몸을 불살랐다. ‘박근혜 사퇴’와 ‘특검 실시’라는 펼침막이 옆에 내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희망을 나누고 있었을 그 시각, 그렇게 또 한 사람이 떠나갔다. 잔혹한 시절이다.
철도노조 파업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데다 누군가 현 정국에 대한 분노로 분신까지 하고 나선 마당에, 이번주 표지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혹은 ‘유쾌하게’ 다루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같은 이유로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은 이참에 조금 달리 생각해보려 했다. 분노와 저항은 삶 속에 녹아들었을 때 비로소 결실을 맺는 법이다.
딱 맞는 사례가 아닐 수도 있으나, 오래전 독일 녹색당 전당대회를 취재차 찾은 경험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전당대회라고 하면 으레 짙은 색 정장 차림의 당원들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만 지켜봐왔던 차에, 그날의 풍경은 참 신기했다. 큼지막한 개를 끌고 온 아저씨, 쉬는 시간 내내 뜨개질을 하는 아줌마, 주머니 가득 과일과 과자를 담아와 나눠먹는 사람들…. 몸짓은 너무도 자유분방했으되, 토론 열기는 엄청나게 뜨거웠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시위나 집회 현장에선 참가자들이 같은 동작의 손놀림을 이어가거나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구호를 함께 외치는 풍경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마치 단일 대오, 통일성만이 시위나 집회의 ‘생산력’을 좌우하는 유일한 요소라도 되는 듯하다. 한마디로, 무겁고 엄숙하고 진지하고 전투적이어야 하는 법이다.
해가 바뀌어도 박근혜 정권의 시곗바늘은 여전히 1970년대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다. 억누르고 쥐어짜고 입 막고 귀 닫고 가두는 강인함과 냉혹함을, 저들은 원칙이라 비정상의 정상화라 일컫는다. 때론 부드러움이 강함을 무너뜨린다.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역사물처럼 전혀 다른 시간대에서 날아온 듯한 정권의 폭압을 이겨내는 싹은, 저들이 얼마나 시대에 뒤처져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싹은, 어쩌면 유쾌하고 발랄하되 끊이지 않는 일상의 작은 ‘반란’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유쾌·통쾌·상쾌하고 일상에 뿌리내린 욕망의 분출, 바로 데모(Demon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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