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ref href="mailto:morgen@hani.co.kr">morgen@hani.co.kr">
몇 년 전 지면에 ‘MB와의 계약결혼’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반께였다. 17대 대선은 ‘경제 대통령’ 프레임이 유독 힘을 발휘했던 게임이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최고경영자 출신의, 경제를 아는”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 그 선거 결과는 특히 4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감춰진 재테크 심리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탄생을 가져온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칼럼에선, 선거 결과를 통해 표출된 유권자들의 세속적 욕망은 성품이나 됨됨이보다는 ‘조건’을 따지는 계약결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표현을 빌리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정녕 가치주라기보다는 경기방어주에 훨씬 가까웠다. 계약결혼에선 지지고 볶듯 하는 연애 감정이 들어설 공간이란 애초부터 없는 법. 크게 치솟지도,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지도 않는, 뜨뜻미지근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의 비밀도 여기 있었다. 애초부터 기대치에 적당한 상한선이 있었던 셈이다.
도덕이나 신념 대신 세속적 가치에 기댄 전임자에 견주면, 박근혜 대통령은 속성상 가치주에 더 가까운 편이다. 지난해 치른 18대 대선은 여야 후보가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선 치열한 전투였다. 각각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한바탕 전례 없는 가치 전쟁을 벌였다.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다양한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게다.
가치주란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나 비이성적 과열 행동에 의지하기보다는, 오로지 제 실력으로 승부하는 법이다. 가치주의 무기는 급히 달아올랐다 이내 사그라지는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굳건한 펀더멘털뿐인 탓이다. 이런 원론적 가르침을 곱씹어볼 때, 현재 박근혜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집권 초기의 불통 행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단적 공포마케팅으로만 치닫는 분위기다. 머릿속 생각이 자신과 다를 뿐인 사람들을 향해, 대통령 입에선 “국론 분열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이, 장관 입에선 “국민 오염을 방지하겠다”는 섬뜩한 얘기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현 정부는 어느 정도 재미를 본 공포마케팅을 중간에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참에 극우·보수 이념의 ‘완판’을 꿈꿀지도 모른다.
하나, 역사가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건, 공포마케팅의 출생 비밀은 정작 공포마케팅을 펼치는 제 자신의 불안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를 전파하지 않고는 견뎌내기 힘든 제 안의 불안. ‘가치주 박근혜’와 그의 영도력 아래 마치 큰 장이 선 듯 하루가 멀다 하고 준동하는 저분들은 과연 무엇이 그토록 불안한 것일까? 가치주 박근혜라는 말은 사실 형용모순이었던 것일까?
박현정·김성환·엄지원 기자가 980호부터 983호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국민과 난민 사이’ 기획 연재 기사가 제1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쪽은 “국가와 인권의 문제를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국내 난민인정자들의 실태를 힘겹게 추적하느라 애쓴 세 기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주십시오.</ahref>
몇 년 전 지면에 ‘MB와의 계약결혼’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반께였다. 17대 대선은 ‘경제 대통령’ 프레임이 유독 힘을 발휘했던 게임이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최고경영자 출신의, 경제를 아는”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 그 선거 결과는 특히 4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감춰진 재테크 심리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탄생을 가져온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칼럼에선, 선거 결과를 통해 표출된 유권자들의 세속적 욕망은 성품이나 됨됨이보다는 ‘조건’을 따지는 계약결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표현을 빌리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정녕 가치주라기보다는 경기방어주에 훨씬 가까웠다. 계약결혼에선 지지고 볶듯 하는 연애 감정이 들어설 공간이란 애초부터 없는 법. 크게 치솟지도,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지도 않는, 뜨뜻미지근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의 비밀도 여기 있었다. 애초부터 기대치에 적당한 상한선이 있었던 셈이다.
도덕이나 신념 대신 세속적 가치에 기댄 전임자에 견주면, 박근혜 대통령은 속성상 가치주에 더 가까운 편이다. 지난해 치른 18대 대선은 여야 후보가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선 치열한 전투였다. 각각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한바탕 전례 없는 가치 전쟁을 벌였다.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다양한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게다.
가치주란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나 비이성적 과열 행동에 의지하기보다는, 오로지 제 실력으로 승부하는 법이다. 가치주의 무기는 급히 달아올랐다 이내 사그라지는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굳건한 펀더멘털뿐인 탓이다. 이런 원론적 가르침을 곱씹어볼 때, 현재 박근혜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집권 초기의 불통 행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단적 공포마케팅으로만 치닫는 분위기다. 머릿속 생각이 자신과 다를 뿐인 사람들을 향해, 대통령 입에선 “국론 분열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이, 장관 입에선 “국민 오염을 방지하겠다”는 섬뜩한 얘기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현 정부는 어느 정도 재미를 본 공포마케팅을 중간에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참에 극우·보수 이념의 ‘완판’을 꿈꿀지도 모른다.
하나, 역사가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건, 공포마케팅의 출생 비밀은 정작 공포마케팅을 펼치는 제 자신의 불안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를 전파하지 않고는 견뎌내기 힘든 제 안의 불안. ‘가치주 박근혜’와 그의 영도력 아래 마치 큰 장이 선 듯 하루가 멀다 하고 준동하는 저분들은 과연 무엇이 그토록 불안한 것일까? 가치주 박근혜라는 말은 사실 형용모순이었던 것일까?
박현정·김성환·엄지원 기자가 980호부터 983호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국민과 난민 사이’ 기획 연재 기사가 제16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쪽은 “국가와 인권의 문제를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국내 난민인정자들의 실태를 힘겹게 추적하느라 애쓴 세 기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주십시오.</ah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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