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스타’라는 표현이 초라한 선사는 아닐지</font>
<font color="#877015">언론-정치 새 지평을 열고 다른 폴리널리스트를 압도한 해체주의자… 인수위 유일의 기자임을 자처하며 이제 창조주를 꿈꾸는가</font>
윤창중. 새해 벽두 혜성같이 우리 앞에 나 타났다. 스타 탄생. 정치와 언론이 한 몸으 로 묶여 있음을 전해주는 폴리널리스트 페 르소나로 소통계를 장악하고 있다. 윤창중 이 없었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 존재 를 어찌 알렸을까 싶을 정도다. 스타답게 인 수위 정보를 조절하는 수준에만 머물진 않 는다. 언론-정치의 새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 다. 정치계와 언론계의 관계 설정 담론을 창 조하고, 언론 종사자가 해야 할 새 직무 규범 을 규정해주고, 정치계가 언론계를 활용할 지혜까지 전하고 있다.
윤창중은 진보적 해체주의자다. 언론계와 정치계 간 문지방을 몸소 해체해왔다. 언론과 정치를 분주히 오가는 것에 대한 논의 자체에 종지부를 찍은 종결자다. 이미 그를 따라 실 천했거나 맘속에 그런 다짐을 하고 있는 후배 들에겐 용기를 불어넣는 멘토 역할도 해내고 있다. 출세의 사다리 역할을 해주었던 기사 행적을 말끔히 지우면 정치인으로 새롭게 태 어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인간 트랜스포머 의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언론 기표는 곧 정치 기표를 품고 있다는 심오한 포스트구조 주의 철학을 온몸으로 설파해내는 선구자다.
해체주의자, 사이 존재, 인간 트랜스포머 가 갖는 이점은 의외로 많다. 몸을 마구 섞 는 언론과 정치 공히 스펙터클로 진실을 덮 을 수 있는 공간임을 온몸으로 익혀온 터라 연일 스펙터클 생산에 내공을 모은다. 볼거 리로 자신의 뉴스 없음을 덮고, 뉴스 없음이 곧 뉴스임을 알린다. 그로써 그가 대변하는 인수위는 일을 하지 않거나, 알릴 내용이 없 어도 권력 존재로 부각된다. 36촌 친척 윤봉 길 의사로 자신의 존재를 해체해버리려는 모 습은 스펙터클 만들기의 하이라이트다. 밤 하늘의 불꽃놀이처럼 뻥뻥 질러놓고 간간이 해명해내며 진위 왜곡을 따져나가는 스펙터 클 만들기는 최근 경쟁에 뛰어든 김지하 시 인도 칭송할 정도로 모범적이다.
변신을 거듭하며 해체의 경지를 넘어서며 급기야는 해탈의 수준에까지 이른다. 그는 언론의 새로운 직업 미덕론에까지 손을 뻗친 다. 대변인이 곧 기사이니 대변인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말기를 주문하는 프레이밍에 들어 갔다. 인수위 유일의 기자로 자처하며 자신 의 입대로, 프레임대로만 언론이 움직여주길 요청한다. 언론은 불러주는 대로 적어나가 야 하는 존재임을 강의하는 셈이다. 언론이 나아갈 길, 새롭게 태어나야 할 길까지 창조 하고 있으니 그는 점차 창조주를 꿈꾸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대변하는 대변인의 입에서 ‘있으라 함에 있게 되는’ 조물주의 입으로 옮 겨가려 하는 모양이다.
해체하며 스펙터클을 선사하고, 창조하 는 입 노릇을 하는 윤창중이 궁극으로 이르 는 지점은 폴리널리스트들의 알리바이 역이 다. 수많은 윤창중이 암약하고 있지만 오직 윤창중만 폴리널리스트 역을 맡는 것처럼 보 이게 해 그들을 지워준다. 그런 점에서 윤창 중은 폴리널리스트들의 순교자다. 온몸으로 그들을 보호해주는 방어막이다. 언론의 막 장쯤이라 여겼던 윤창중이 점차 스스로를 극복하며 그 지위에까지 이르고 있다. 스타 라는 명명이 혹 그의 활약에 누를 끼칠 초라 한 선사는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
<font size="4">대통합의 이름으로 ‘극우’를 처단하라?</font>
<font color="#017918">윤창중을 비판하려고 ‘통합 이데올로기’를 끌고 와야 하나… ‘낙마’를 외칠 때 누가 저소득층 관련 예산 삭감에 눈길을 주었나 </font>언젠가부터 언론에 ‘통합’이란 단어가 부 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과 ‘대’(大) 가 붙어 ‘국민 대통합’이란 수사가 주로 쓰인 다. 이 단어의 쓰임에는 속내가 담겨 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할 국민 이 이념이나 세대, 계급의 차이로 나뉘어 갈등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관점이다. 비 슷한 까닭으로 ‘소통’이란 언어가 한창 통용 되더니, 선거를 앞두고는 보수든 진보든 한 목소리로 통합을 말하며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막말 파문’으로 인선되자마자 여론에 뭇 매를 맞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에 대한 비판에서 가장 많이 보인 용 어도 ‘국민 대통합’이었다. 민주·진보 진영의 다수는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 혜 당선인의 말과 ‘극우’ 윤창중의 임명은 모 순이라는 논리를 확대재생산하며 연일 비판 의 날을 세웠다. 보수 언론도 이에 동참했다. 윤창중은 어느덧 국민 대통합을 위해 반드 시 낙마시켜야 할 상징이 됐다.
나는 군사정권인 노태우 정부부터 민주 진영의 김대중 정부, 도래할 보수 진영의 박 근혜 정부 등 시대와 진영을 막론하고 늘 권 력의 중심에 숟가락을 얹은 윤창중의 행보 는 기회주의적 탐욕에 불과하다고 본다. 하 지만 그를 비판하기 위해 통합의 이데올로기 를 당위로 동원하는 시선에는 동의할 수 없 다. 통합 이데올로기는 권력의 주체가 되어 야 할 시민들을 객체화하는 도구다. 선거로 지배력을 획득한 이들이 시민에게 ‘닥치고 복종’을 강제할 때 유용한 이데올로기인 것 이다. 이를테면 “다들 힘들어도 모두를 위해 잘 참고 사는데 유독 너만 시끄럽다”는 말을 쓸 때나 절박한 처지를 호소하는 이를 ‘사회 불순 세력’으로 낙인찍을 때, 통합 이데올로 기는 탁월한 배제의 도구가 된다.
윤창중은 존재 자체로 박근혜와 잘 겹치 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가 사퇴한다고 달라 질 것은 정치공학적 힘겨루기에서 박근혜의 기를 꺾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이 ‘윤 창중 낙마’를 외칠 때, 새해 첫날 국회에서 저소득층 의료급여 지원 예산 2824억원과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 한 예산 823억원이 전액 삭감된 일, 지난해 12월19일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고 최강 서 조합원의 아버지 최용덕씨가 1월8일 인수 위 앞에서 “전쟁할 각오로 싸우겠다”고 나섰 다는 일은 별다른 눈길을 받지 못했다.
갈등은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하는 것이다. 치유가 갈등의 당사자에게 아무것도 쥐어주지 못한 채 정서적 다독임만으로 상처 를 땜질하고 마는 것이라면, 해소는 갈등이 야기된 원인을 찾아 고름의 뿌리를 뽑는 행 위다. 실체도 없는 국민 통합을 위해 한 인물 을 솎아내는 일보다 중요한 건, 눈길을 주지 않던 일들에 두 눈을 부릅뜨는 행위, 수동적 으로 통합을 추수하기보다 좀더 잦은 마찰 을 감내하며 더불어 삶을 요구할 수 있는 주 체성 같은 것 아닐까.
이재훈 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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