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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참여해야 세상이 바뀐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출마 나선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대표 되면 통합진보당에 연합 제안해 후보 경선 같이 치를 것”
등록 2012-01-04 06:23 수정 2020-05-02 19:26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한겨레21 박승화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한겨레21 박승화

그는 오른쪽 팔목에 노란색 플라스틱 팔찌를 차고 있다. “야(野), 크게~ 합치자!”라고 쓰인. 2011년 8월 야권 단일정당 건설 운동을 펼쳐온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하 백만민란) 1주년 파티에서 한 회원이 채워줬다. “정권 교체되는 날 풀라”는 부탁과 함께. 이 팔찌를 차고,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는 지난 12월19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2010년 8월 “오늘은 민란이지만 내일은 성공한 시민혁명이 될 것”이라며 백만민란 출범 선언을 했던 장소다.

문성근은 2010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백만민란’을 획책한다. 열혈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정치 얘기는 안 하는” 배우로 살던 그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든 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였다. 문성근은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야권 통합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그러다가 역사의 뒷발에 차여”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게 됐다. 시민의 참여로 직접민주주의를 실제로 구현하는 정당을 만들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게 목표다. 정치인 문성근의 목표는 이뤄질 것인가. 2011년 12월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후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뭔가. 지난 11월 민주통합당 출범 전 인터뷰 때, 야권 단일정당 운동을 해온 사람이 진보정당이 빠진 통합정당의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건 논리 모순이라고 했다. 총선 다수당이 되지 못할 경우 다시 통합운동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했고.
이해찬 전 총리가 “그건 그때 가서 보자”고 하더라. (웃음) “역사와 정치는 파도와 같은데, 파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나는 지도부가 되는 즉시 통합진보당이 원하는 선거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당 연합을 제안하겠다. 지도부 출마는 대통합으로 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기존 정당 구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탑재해 젊은 세대는 즐겁게, 무당파는 부담없이 참여하는 정당을 만들자고 주야장천 주장했다. 그걸 민주당이 받아들였잖나(민주당 지도부 경선은 대의원 30%, 당원·시민 70%를 반영하는 방식이고, 총선 공천은 100%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그동안 고민을 가장 많이 한 내가 이를 안착시키려 한다. 또한 혁신이 국민 눈에 잘 보이려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새 지도부가 몽땅 옛 민주당 출신이라면 국민이, 특히 영남에서 볼 때 “뭐가 달라졌는데?”라고 할 것이다. 나같이 ‘개미 시민운동’ 한 사람이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

문성근이 왜 당 대표가 돼야 하는가.
그래야 국민이 “이게 뭔 일이 벌어진 거냐”라고 하지 않겠나. (웃음) 대의제를 넘어서는 직접민주주의가 시작됐는데, 시민들이 아직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나를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선 친노로 느끼고, 동교동계에서는 친DJ로 생각한다. 거기에 시민세력을 더하자는 거다. 당의 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인터뷰 때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배우’라고 했다. 정치가 체질에 맞는가.
그럴 리가 있나. (웃음).

당 대표를 하려면 체질에 맞아야 할 것 같은데.
경륜 있는 분들과 함께해야 한다. 당이 선명하고 강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멕아리’(힘)가 없다.

당 대표가 된다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
통합진보당에 정당 연합을 제안할 거다. 2월 말∼3월 초 총선 후보 경선을 함께 치르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이번 지도부 경선에 참여한 시민선거인단을 파기하지 않고 누적해, 내년 총선 후보 경선에 자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무효화 투쟁에 당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겠다. 특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중앙선관위 테러 등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적폐를 밝혀내겠다.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쌓여 있다. 남북관계는 좋아질 것 같은데,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도 많이 들었다. 문제가 많으니 (통합정당에) 빼고 가야 지지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성질은 날지 모르나, 인간사에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총선 후보 선택권을 100% 시민에게 줬으니, 맘에 안 들면 공천을 못 받게 하면 된다. ‘바뀌면 찍어줄게’ 한다고 바뀌나, 가만히 둔다고 바뀌나. 시민이 참여하면 바뀌는데. 경선에 참여해서 바꾸라는데 안 바꿔놓고 나중에 욕하면 뭐하는가.

정당이 좋은 후보를 골라 내보내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후보를 내는 일까지 유권자한테 책임지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거다. 국민참여경선이 오히려 조직 동원이 쉬운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많다.
나도 굉장히 초조하다. 덜 참여하면 꽝이니까. 서울시장 경선 때 7만 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 48개 선거구당 1500명인데, 이렇게 적게 하면 의미가 없다. 선거구당 1만 명 단위가 되면 동원이 의미 없어진다고 한다. 스마트폰 2천만 대가 넘는 나라가 아닌가. 시민의 힘을 믿는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차별화되는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의 경쟁력은 뭔가.
(웃음) 재밌겠다. 그런데 별로 관심도 없고, 솔직히 걱정도 안 한다. 현 정부의 잘못은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 세력 전체의 문제다. 이 적폐에 대해 한나라당 대표로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속은 다 썩었는데 가마니때기 한 장 덮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문 후보가 총선 출마를 선언한 부산 북·강서을은 2000년 총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나섰던 곳인데.
우리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3대 모순이 분단과 지역주의,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저주 마케팅’으로 역사를 농락하는 다. 어쩌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뻔뻔하게 할까 싶은 일을 저지르는 이유는, 썩은 막대기를 꽂아도 영남에선 당선되기 때문이다. 이걸 넘지 않으면 이 사회는 진전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 구도의 최대 피해자고,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몸을 던졌다. 내가 통합을 위해 발버둥친 이유다. 어차피 죽자고 시작한 운동이니 죽자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당선될 자신은 있는가.
걱정이 많다. 부산 시민들이 황당해할 거 아닌가. 이제부터 간곡히 말해야 한다. 이 지역구의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이 2000년 총선 합동연설회에서 지역주의적 발언을 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살림살이가 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분 계시면 손 한번 들어보세요. 저기 한 분 계시네.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것 아닙니까”라고. 노무현 후보가 못 견디고 연설회장을 빠져나갔다. 보좌진들을 뿌리치고 좁은 골목으로 나가는데 그 뒷모습이 참…. 노 후보가 청중이 한 명도 없는 공터에서 연설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그 공터를 꼭 찾아가겠다. 예전과 다른 정당을 만들었으니, 이제 우리를 대안세력으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할 거다.

민노통합당 당대표 후보 문성근./2011.12.27/한겨레21박승화

민노통합당 당대표 후보 문성근./2011.12.27/한겨레21박승화

연고는 있는가.
전혀 없다. 부산영화제를 성공시키려고 노력했다. (웃음)

참여정부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강요였다지만, 노동유연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해내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복지 예산을 좀더 과감히 확충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한-미 FTA를 너무 서둘렀던 점도 비판받아야 한다. 참여정부 때 미국이 이행법안을 이렇게 불평등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FTA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는 건 심각한 결격이다. 적극적으로 무효화 투쟁을 할 거고, 폐기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부산 출신인데, 총선·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제의할 생각인가.
안 원장이 후보 등록 마감 전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 내가 사퇴하겠다. (웃음)

진심인가.
나는 믿는다. 걱정도 전혀 되지 않는다. 안 원장이 한나라당 세력이 확산되는 거 막겠다고 한 건 일종의 천명이다. 총선 출마는 그가 판단할 문제이므로, 자꾸 귀찮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선은 다르다. 안 원장이 후보가 될 의향이 있다면 경선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겠다. 시민 수백만 명이 참여해 민주통합당 후보를 뽑은 뒤 안 원장이 나선다면, 수백만 명의 국민이 뽑아놓은 후보와 여론조사로 단일화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익환 목사, 박용길 장로의 아들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동양의 국가는 죽음에 대해 특히 너그럽기도 하고, ‘조문외교’란 용어가 있을 정도이니 그만큼 섬세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북쪽으로부터 조문을 받은 사람은 답례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으면, 노무현재단과 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도 조문하게 했어야 한다. 원칙도 없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대응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니까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 이런 정권이 5년 연장되면, 그건 실질적인 영구 분단이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했는데, 어떤 일을 했는가.
일종의 통치 행위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얘기하지 않는 게 도리다. 내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원 유세를 다니며 남북관계에 대해 많이 말했다. 1989년 문 목사가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합의한 내용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밑돌이 됐다. 그런 배경 때문에 노 대통령이 나를 특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을 독대하지는 않았고, 여럿이 같이 만났다. 나는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되는 순간, 정부와 방북을 협의하겠다. 그리고 북쪽에 “12월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민주정부 5년 동안 핵 문제를 해결하고,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해서 국가 연합까지 빠른 속도로 가자”고 제안할 것이다. 이제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정상회담을 한 두 대통령도 가셨다. 내가 이어받겠다.

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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