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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후크송’ 전문 가수

등록 2009-09-22 11:06 수정 2020-05-03 04:25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연예계에 또 한 명의 ‘얼굴 없는 가수’가 나타나 화제다. MB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이 중고 신인은 2008년 초 데뷔한 이래 아직까지 뚜렷한 대표곡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최근 ‘길보드차트’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고 신인 MB의 인기몰이가 급물살을 타게 된 시점은 지난 초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6월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상가에서 가졌던 깜짝 ‘게릴라 콘서트’가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마이크 대신 ‘오뎅’을 잡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MB의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인기몰이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MB의 안티팬들은 오뎅 하나로 인기몰이를 했다며 ‘오뎅인끼~데스까’라고 부르짖었지만, 이미 MB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 말이었을 뿐이다. 최근 MB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길거리 콘서트를 열자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갑자기 2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 장면은 MB의 인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물론 MB의 인기몰이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수가 노래의 완성도로 승부하지 않고 잦은 ‘버라이어티’ 출연과 ‘깜짝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MB의 신곡 ‘서민 아리랑’과 ‘중도의 길’은 가사의 의미보다 강한 비트를 반복해 중독을 강요하는 ‘후크송’에 가깝다”며 “가수가 음악성으로 승부하지 않고 후크송과 이벤트로 인기몰이를 한다는 비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어쩌면 MB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아이돌의 전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MB의 인기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가요계의 ‘허본좌’ 허경영이다. MB가 데뷔를 앞둔 2007년 자신을 지지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이 부자 될 수 있다며 747이란 숫자를 내놓자, 허본좌는 자신을 찍으면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지원하겠다며 그보다 조금 모자란 430이란 숫자를 내놓았다. 430은 다름 아닌 허본좌 자신의 아이큐! 물론 747이 명백한 ‘구라’로 판명된 것과 달리 아직 430의 비밀은 풀리지 않았다. 2007년 하반기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무지갯빛 약속으로 대중에게 큰 즐거움을 줬던 두 사람의 운명은 2007년 12월19일 이후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형 소속사 SM 출신인 MB는 승승장구한 반면, 허본좌는 ‘구라’를 둘러싼 구설에 휘말리며 1년6개월간 잠적해야 했던 것. 최근 MB의 급부상과 함께 컴백한 허본좌의 등장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두 사람의 묘한 인연과 무관하지 않다. 돌아온 허본좌가 내놓은 비장의 무기는 신곡 ‘콜미’. “허경영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시험 합격해”라는 가사에 최신 멜로디를 가미한 ‘콜미’는 MB의 히트곡 못지않게 강한 중독성으로 유명하다. 한 번만 들으면 결정적 순간마다 자신도 모르게 ‘허경영!’을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라는 후문이다.

가수 보아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는 신문 연예면을 주름잡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는 신문 정치면을 장악한다. 두 그룹은 모두 ‘SM’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아와 동방신기 등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 등은 ‘SM(소망)교회’ 출신이다. SM교회는 그동안 대박 비율에서 같은 동네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 밀렸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지지율 40%를 넘어 50% 선까지 돌파해버린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아이돌’로 급부상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뭐, 다 좋다. 하지만 앞으로 ‘MB 남대문시장 게릴라 콘서트 대성황’ 이런 기사는 정치면이 아니라 연예면으로 옮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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