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얼마 전, 여러 나라의 대도시에 며칠간 출장을 갔을 때 서울이 문득 그리워지곤 했다. 쭉쭉 뻗은 나무가 있는 공원을 산책하면서도 산이 고플 때가 있었다. 잔뜩 준비를 해서 오르는 큰 산이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동네 뒷산 같은 곳 말이다.

그래서인지 교통이나 교육시설 같은 입지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조그만 산을 끼고 있는 곳은 어디든 집값이 비싸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공해덩어리 속에 살면서도 물 밖에 입과 코만 삐죽 내밀듯이 조금이라도 공기가 좋은 곳, 아침저녁으로 새 울음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다른 동네 사람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올망졸망한 뒷산들은 대도시의 쉼표 같은 곳이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이 쉼표가 청정구역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인적이 뜸한 시간에는 도시의 배설구 구실을 하기도 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눈길을 피해 금지된 약물과 행위를 즐기는 장소로 쓰이는가 하면 크고 작은 범죄들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산책로에서 조금 벗어난 으슥한 곳에서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잔재들이 간혹 눈에 띈다.
7월19일 ‘희대의 연쇄살인범’ ‘엽기 살인마’ 등의 제목으로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한 살인사건은, 이런저런 사건에 단련된 기자에게도 충격이었다. 머리카락이 쭈뼛해지고 숨이 가빠온 순간은, 현장검증이 실시된 곳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오르내리던 서울 서대문구 안산 기슭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였다. 어쩌면 그와 몇 시간 차이를 두고 같은 땅을 밟고 있었을지 모른다.
한동안 안산을 찾는, 아니 아침저녁으로 동네 뒷산을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는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차 있을 것 같다. 공터를 놀리기 아까워 푸성귀를 심겠다며 삽질하는 사람을 보거나 어스름한 시각 낯선 사람과 스쳐갈 때마다 느낄 두려움이 두렵다. 이러다가 유일한 쉼터마저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싶어 더욱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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