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아침 8시가 되면 지하철에 타 기어가는 사람들. 2024년 10월30일이면 100일째가 되는 이 행위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포체투지’(匍體投地)라고 부른다. ‘포’(匍)는 기어간다는 뜻이다. 삼보일배, 오체투지. 뭔가를 해결하고픈 간절함을 담아 몸을 낮추며 호소하는 방법이라고만 생각했지, 중증장애인은 할 수 없는 비장애인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중증장애인은 세 걸음, 다섯 걸음, 열 걸음마다 절하거나 온몸을 바닥에 댈 수가 없다. 기거나 기려고 몸부림치거나. 포체투지는 중증장애인의 시민불복종 행동 방식의 하나다.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리프트 추락 참사 뒤 외쳐온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아직도 기면서 외친다. 이들은 제22대 국회를 향해 1년 이내에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권리보장법 등 3개 법안을 제정하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복지법, 발달장애인법, 장애인등특수교육법 등 4개 법안을 개정하라고 요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서는 그가 해고한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을 복직시키라고 외친다.
지하철에 오르면 기거나 기려고 몸부림치며, 외치거나 외치려고 안간힘을 쓴다. 요구사항이 담긴 스티커를 바닥에 붙이며 대여섯 정거장을 이동하고 내린다. 포체투지를 하는 장애인들은 대개 열차 한 량을 채 끝까지 기어가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이 나타나 휠체어 승하차를 돕기 위해 만든 발판을 이용해 기어가는 이를 막기 시작하면 철도안전법·불법·지시·명령·강제퇴거·신고·즉결심판 따위의 낱말들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승객은 휴대전화 화면만 보고 있다. 열차 운행이 늦춰지는 것도 아니고 붐비지도 않는데 굳이 한마디 하고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말은 한결같다. 국회 앞으로 가서 하라고.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국회 앞에서 농성한 지 1300일이 지났다. 국회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서울시, 경찰서 등 20년 넘도록 안 가본 곳, 안 해본 투쟁이 드물다. 100일 동안 이어가겠다며 시작한 포체투지지만 이 무관심한 비장애 중심주의를 뚫기 위한 몸부림은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진·글 정택용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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