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마라도는 번식지로 북상하는 새들이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쉬어가는 곳이다.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난 철새들은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먹이가 풍부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향한다. 바다를 건너온 고된 비행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닿아야 비로소 땅에 내려 잠시 쉴 수 있다. 한반도를 통과해 이동하는 새를 맞으려 2024년 4월2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마라도를 찾았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 기착지인 섬 해안에서 바다직박구리와 흑로, 검은턱할미새가 반겼다.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지에는 쇠붉은뺨멧새와 힝둥새, 밭종다리와 큰밭종다리가 많이 보였다. 해송나무 숲 주변에는 봄철 이동 시기에 자주 볼 수 있는 검은딱새, 유리딱새, 쇠솔딱새, 노랑눈썹멧새, 할미새사촌과 검은머리방울새가 우점종이었다. 마라도 해안 절벽에 서식하는 매가 공중에 뜨자 노랑눈썹솔새와 솔새사촌, 꾀꼬리와 쏙독새도 긴 여행에 지친 몸을 숨기듯 잽싸게 숲으로 날아들기도 했다. 4월 초 마라도를 조사했던 조류보호협회 제주도 지회 회원들은 히말라야산솔새, 노랑배솔새와 검은머리딱새 관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모두 아주 드물게 섬을 지나가는 ‘길 잃은 새’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11㎞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쉽게 섬에 드나들듯, 거센 바람이 그치자 새들이 순식간에 섬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입도한 날 섬 들녘에 지천으로 보이던 새들이 다음날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라도는 2023년 3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뿔쇠오리와 섬개개비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 45마리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도 했다.
마라도(제주)=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