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 끝섬 철새들의 휴게소

동경 125˚ 북위 33˚에 위치한 마라도는 0.3㎢ 크기에 해안선 길이가 4㎞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제주섬을 뒤로하고 동쪽으로 대한해협을 건너 대마도와 서쪽으로 남중국 상하이를 마주하고 있다. 2000년 7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4234호로 지정됐다. 2024년 4월25일 상공에서 멀리 한라산과 서귀포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초지로 이뤄진 섬은 면적이 좁아 이동 시기에 철새를 관찰하기 좋다.
봄에 마라도는 번식지로 북상하는 새들이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쉬어가는 곳이다.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난 철새들은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먹이가 풍부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향한다. 바다를 건너온 고된 비행은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닿아야 비로소 땅에 내려 잠시 쉴 수 있다. 한반도를 통과해 이동하는 새를 맞으려 2024년 4월2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마라도를 찾았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의 핵심 기착지인 섬 해안에서 바다직박구리와 흑로, 검은턱할미새가 반겼다.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지에는 쇠붉은뺨멧새와 힝둥새, 밭종다리와 큰밭종다리가 많이 보였다. 해송나무 숲 주변에는 봄철 이동 시기에 자주 볼 수 있는 검은딱새, 유리딱새, 쇠솔딱새, 노랑눈썹멧새, 할미새사촌과 검은머리방울새가 우점종이었다. 마라도 해안 절벽에 서식하는 매가 공중에 뜨자 노랑눈썹솔새와 솔새사촌, 꾀꼬리와 쏙독새도 긴 여행에 지친 몸을 숨기듯 잽싸게 숲으로 날아들기도 했다. 4월 초 마라도를 조사했던 조류보호협회 제주도 지회 회원들은 히말라야산솔새, 노랑배솔새와 검은머리딱새 관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모두 아주 드물게 섬을 지나가는 ‘길 잃은 새’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11㎞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쉽게 섬에 드나들듯, 거센 바람이 그치자 새들이 순식간에 섬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입도한 날 섬 들녘에 지천으로 보이던 새들이 다음날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라도는 2023년 3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뿔쇠오리와 섬개개비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 45마리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도 했다.

히말라야산솔새. 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제공

작은칼새. 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제공

노랑배솔새. 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제공

검은머리딱새. 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제공

검은머리방울새

할미새사촌

노랑눈썹멧새

검은딱새

흰눈썹황금새

힝둥새

매
마라도(제주)=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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