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훌륭하다, 인간이 훌륭하면

개물림 하루 6건 이상… 안동과학대, 맹견 공격성 평가하는 기준 개발해 선보여

등록 2023-07-14 22:13 수정 2023-07-17 11:10

안동과학대 맹견기질평가연구소가 2023년 7월11일 경북 안동시 서후면 학교 대강당에서 연 ‘한국형 반려견 공격성 평가 프로그램 K-TEST’ 시연에 참가한 도니(저먼셰퍼드)가 공격행동을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다. 뒤편 위장막 속에서 평가자 세 명이 25개 항목에 대한 참가견의 음성, 표정, 자세, 행동 등을 관찰해 채점한다.

2024년 4월27일부터 동물보호법에 따라 맹견을 키우려면 시·도지사의 사육허가를 받아야 하고, 시·도지사는 맹견사육허가를 하기 전에 기질평가를 거쳐야 한다. 또 시·도지사는 맹견이 아닌 개가 사람 또는 동물에게 위해를 주는 경우, 그 개의 소유자에게 해당 동물의 기질평가를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 이는 시행을 9개월여 앞둔 동물보호법 제18조와 제24조의 내용이다.

반려견 수가 500만(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늘면서 개물림 사고도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 공격성의 종류와 수준을 파악하고 행동교정까지 연계할 공적 프로그램이 없어, 후속 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동과학대 부설 맹견기질평가연구소가 이런 법령과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반려견 공격성 평가 프로그램 K-TEST’를 마련하고 2023년 7월11일부터 사흘 동안 시연에 나섰다. ‘국민에게 안전을, 반려견에게 자유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중앙부처와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반려동물 업무 종사자와 특수목적견을 운용하는 정부기관 공무원을 초청해 맹견과 대형견이 참가한 테스트를 선보였다.

동물보호법상 맹견은 아메리칸핏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도사견과 이들의 혈통이 섞인 잡종견이다. 시연에는 법정 맹견인 아메리칸핏불테리어와 로트와일러, 그리고 저먼셰퍼드와 풍산개, 진돗개 등 대형견 32마리가 참가했다. 테스트는 개의 공격행동을 회피형, 보호유지형, 좌절형, 놀이형, 대견형, 사냥형 등 열세 범주의 25개 항목으로 나눠 이를 측정하기 위한 상황을 재현한다. 각 단계에 전문 평가자 세 명이 위장막 안에서 참가견의 반응을 관찰해 채점한다. 그리고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사후 분석해 점수를 보정한다. 동물행동학 연구가 우리보다 앞선 미국, 독일, 벨기에, 스웨덴 등의 30종 테스트를 분석해 우리 실정에 맞는 평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TEST 개발과 시연을 이끈 김병부 맹견기질평가연구소장은 “자신이 기르는 개의 공격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가 개물림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며 공격성 평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맹견과 함께 테스트에 참가한 반려인들은 맹견의 공격성이 일부 사례 때문에 부풀려졌다며 소형견에 의한 개물림 사고도 잦다고 말한다. 소방청이 2016년부터 5년간 집계한 개물림 사고는 1만1152건으로 하루 6건이 넘는다.

반려견과 반려인 그리고 이웃까지 행복한 동행을 하려면 반려견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상행동을 고쳐나가는 반려 에티켓이 법보다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