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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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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다음 2023년 비극의 다음 차례는

AP·AFP·REUTERS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사진
등록 2022-12-18 15:48 수정 2022-12-21 06:59
러시아군이 2022년 3월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해 중상을 입은 임신부를 응급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옮기고 있다. 이 임신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러시아군이 2022년 3월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해 중상을 입은 임신부를 응급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옮기고 있다. 이 임신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우리의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가.

2022년 지구촌 사람들은 수년간 엄청난 희생을 치른 감염병을 물리치지도 못한 채 전쟁의 참화를 고스란히 겪었다. 러시아는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순식간에 집어삼킬 듯 전쟁을 일으켰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점령지역을 내주며 밀리고 있다. 이 전쟁으로 수많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희생됐다. 또 전쟁이 불러온 식량과 에너지 수급난에 세계경제는 움츠러들었다. 이 고통은 빈곤한 나라의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됐다.

지구촌에서 가장 힘세지만 코로나19로 이미 660만 명 넘게 숨진 미국에선, 올 한 해 607건(11월24일 기준)의 총기 난사가 벌어져 사망자만 4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6월 의회를 통과한 총기안전법은 18~21살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 강화를 담았을 뿐, 돌격소총과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내용은 빠졌다.

기후변화로 이상기후는 잦아지고 혹독해졌다.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카리브해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에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198개 당사국은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 설립에 합의했다. 하지만 ‘어떤 피해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하는가’ 등 기금 운용 방식은 마련하지 못했다.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 감축 제안도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의 폭압적 군부통치는 계속되고, 여성에 대한 이란 정부의 살인적 억압은 세계 시민을 분노케 한다.

2022년이 저문다. 우리 삶은 과연 나아지고 있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3월16일(현지시각)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소녀가 루마니아 접경 지역인 시레트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3월16일(현지시각)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소녀가 루마니아 접경 지역인 시레트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발한 러시아 청년이 9월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동원령이 발표된 뒤 러시아 전역에서 1300명 넘는 시민이 항의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발한 러시아 청년이 9월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동원령이 발표된 뒤 러시아 전역에서 1300명 넘는 시민이 항의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러시아와 크름반도를 잇는 케르치 다리 위를 달리는 열차에서 10월8일(현지시각) 폭발이 일어나 검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폭발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수행한 특별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이 다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름반도 합병을 상징하는 기념물 구실을 해왔다.

러시아와 크름반도를 잇는 케르치 다리 위를 달리는 열차에서 10월8일(현지시각) 폭발이 일어나 검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폭발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수행한 특별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이 다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름반도 합병을 상징하는 기념물 구실을 해왔다.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등 대규모 총기 사건이 잇따르자, 6월11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한 학생이 총기 조준경 그림 아래 “다음은 나인가?”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미국에선 21명이 숨진 유밸디 초등학교 사건 등 2022년 한 해에만 600여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등 대규모 총기 사건이 잇따르자, 6월11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한 학생이 총기 조준경 그림 아래 “다음은 나인가?”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미국에선 21명이 숨진 유밸디 초등학교 사건 등 2022년 한 해에만 600여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그린란드 서부 일룰리사트 디스코만 빙산 꼭대기에 생긴 거대한 구멍에서 6월29일 얼음이 녹아 옥빛 물이 고여 있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은 수년 동안 피오르(빙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빙하가 없어진 뒤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긴 만) 주변에 떠 있다가 남쪽으로 떠내려간다.

그린란드 서부 일룰리사트 디스코만 빙산 꼭대기에 생긴 거대한 구멍에서 6월29일 얼음이 녹아 옥빛 물이 고여 있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은 수년 동안 피오르(빙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빙하가 없어진 뒤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긴 만) 주변에 떠 있다가 남쪽으로 떠내려간다.

히잡 착용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혀 살해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여성이 10월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아미니는 구치소로 향하는 경찰차 안에서 구타당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

히잡 착용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혀 살해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여성이 10월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아미니는 구치소로 향하는 경찰차 안에서 구타당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

콩고민주공화국 초포의 얄롤리아 보건소에서 10월3일 안젤리카 리파푸(6)가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검사를 받고 있다. 안젤리카의 가족이 8월에 이 병으로 숨졌다. 안젤리카의 할아버지 리툼베 리파푸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이 병마와 싸울 치료약과 백신을 제공해달라”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초포의 얄롤리아 보건소에서 10월3일 안젤리카 리파푸(6)가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검사를 받고 있다. 안젤리카의 가족이 8월에 이 병으로 숨졌다. 안젤리카의 할아버지 리툼베 리파푸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이 병마와 싸울 치료약과 백신을 제공해달라”고 말했다.

중국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11월28일 베이징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규탄하며 백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지시위는 11월24일 불이 난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우루무치 아파트에 봉쇄를 위해 설치한 수많은 장애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10명이 숨진 것에 항의해 시작됐다. 이에 동조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중국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11월28일 베이징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규탄하며 백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지시위는 11월24일 불이 난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우루무치 아파트에 봉쇄를 위해 설치한 수많은 장애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10명이 숨진 것에 항의해 시작됐다. 이에 동조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사진 AP·AFP·REUTERS가 선정한 올해의 사진,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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