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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

물멍 길멍 4500리

1800㎞ 109개 코스, 해남에서 강화까지 서쪽 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

제1426호
등록 : 2022-08-15 02:51 수정 : 2022-08-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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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59코스 시작점인 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 춘장대해수욕장 분수광장에서 2022년 8월3일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이 바닥에서 뿜어나오는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곳부터 충남 보령시 신흑동까지 이어진 28.1㎞ 길이의 59코스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 9시간 정도 걸으면 종착점에 이를 수 있다.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걷는다. ‘물멍’도 하고 ‘길멍’도 한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자연을 만나고 또 한 걸음 떼면 역사와 마주한다.

서해 남쪽 끝 전남 해남군 땅끝탑에서 북쪽 끝인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까지 109개 코스, 1800㎞를 잇는 서해 둘레길 ‘서해랑길’이 2022년 6월22일 개통됐다. ‘서쪽의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을 뜻하는 서해랑길은 코리아둘레길 중 가장 길다. 2016년 개통한 해파랑길(동해안, 50개 코스 750㎞)과 2020년 개통한 남파랑길(남해안, 90개 코스 1470㎞), 2023년 개통 예정인 디엠제트(DMZ) 평화의길(36개 코스 524㎞), 그리고 서해랑길을 이으면 4544㎞의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된다.

2022년 8월2일 가족과 함께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마을 땅끝탑을 찾은 김은서(경남 창원 웅남초3) 학생은 땀으로 머리가 젖어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땅끝전망대가 있는 사자봉 정상에서 500m 거리의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 땅끝탑에 도착한 길이다. 소감을 묻자 “아빠를 따라나선 걸 후회한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며 서해랑길 1코스 스탬프를 휴대전화에 담는다.

서해랑길은 갯벌을 지나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도 만난다. 들녘을 지날 땐 마을을 지키고 선 팽나무 그늘에서 숨을 돌린다. 다리가 무거워진 늦은 오후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해넘이를 보며 피로를 보상받는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두루누비’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서해랑길 전 코스를 지도로 볼 수 있다. 위치 기반 서비스라 지도를 따라 걸을 수 있고, 스탬프가 있는 곳에 다다르면 정보무늬(QR) 코드를 스캔해 코스 답사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서해랑길 종점 코스인 103코스에서 대학생 순례객을 만났다. 방학을 맞아 최북단 강화도 서해랑길 순례에 나선 이상인(25·제주대)씨는 “철책과 검문소가 즐비한 이곳에 오니 남북 분단을 실감하게 된다. 조선 숙종 때 쌓은 무태돈대의 성벽을 보니 외세의 침공에 맞섰던 강화도의 역사적 숙명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멀리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평화전망대에 이르러 4500리 서해랑길 순례는 멈춰선다.

서해랑길 1코스 시작점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탑 주변에서 순례객들이 출발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해남 땅끝마을 땅끝탑을 찾은 김은서 학생(왼쪽)이 정보무늬(QR) 코드로 된 서해랑길 스탬프를 휴대전화로 스캔하고 있다. 이곳은 서해랑길과 남파랑길이 갈라지는 지점이어서 두 개의 스탬프가 붙어 있다(위). 서해랑길 2코스를 걷다보면 전남 해남군 화산면 안호리 마을 들머리에서 만나는 팽나무. 200년 수령의 보호수를 백구가 지키고 있다.

서해랑길 27코스의 시작점인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태평염전. 염생식물인 칠면초와 함초가 붉게 물든 사이로 걸을 수 있어 생태천국길이라고도 부른다.

해 질 녘 서해랑길 27코스를 걸으면 전남 신안군 증도 짱뚱어다리 저편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를 볼 수 있다.  

서해랑길 47코스에 자리한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채석강 해식동굴 앞에서 한 쌍의 연인이 하트를 만들고 있다.

서해랑길 51코스의 사진 명소인 전북 김제시 죽산면 메타세콰이어길이 3㎞에 걸쳐 들녘을 가로지르고 있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만대항을 출발해 해변을 따라 세워진 나무 데크를 걷는 서해랑길 73코스 솔향기길.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배곧한울공원 안을 지나는 서해랑길 93코스. 공원 안 해수체험장에서 물놀이가 한창이다.

인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을 출발한 순례객이 서해랑길 마지막 구간인 103코스를 걷고 있다. 교동도와 이어진 교동대교가 보이는 왼편 해안을 따라 철책이 둘러져 있어, 분단의 현장임을 실감케 한다. 

해남·신안·부안·김제·서천·태안·시흥·강화=사진·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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