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7일 오후 만조 예보 시간보다 2시간여 앞서 충남 서천군 유부도 갯벌 끝 초지에 카메라 삼각대를 세웠다. 갯벌에 물이 차오르자 새들은 분주해졌다. 정신없이 움직이며 먹이를 찾고 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새들도 만조가 되면 아무리 허기져도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갯벌 멀리서 새들이 점점 뭍으로 다가온다. 밀려드는 바닷물을 피해 날아오른 무리는 곧 다른 무리와 합쳐지기도 한다. 수백 마리의 작은 무리가 순식간에 수천 마리까지 불어나 한꺼번에 날아올랐다가 내려앉기를 반복한다. 바다 위를 나는 수천 마리 새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며 회전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포식자의 공격에 취약한 가장자리 새들이 무리 속으로 방향을 틀면, 나머지 새들도 함께 반응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서해 갯벌에는 민물도요가 가장 많이 보인다. 한 달 전 탐조 때 가슴에 검은 반점이 보이는 번식깃 차림이 남아 있던 민물도요는, 대부분 수수한 겨울깃으로 갈아입었다. 민물도요만큼 큰 무리를 지었던 흰물떼새는 눈에 띄게 무리가 작아졌다. 좀도요, 송곳부리도요, 세가락도요와 왕눈물떼새, 큰왕눈물떼새 같은 소형 도요·물떼새도 눈에 띄게 수가 줄었다. 주로 좀도요 무리에 섞여 모습을 드러냈던 넓적부리도요는 서둘러 남하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시기면 부쩍 수가 늘어나는 반가운 손님도 있다. 마도요와 검은머리물떼새다. 몸집이 작은 도요새 종류보다 다리가 긴 이들은 물이 얕게 찬 갯벌 지역을 독차지해 금방 눈에 띈다. 서해 주변에서 번식을 마치고 대부분 이곳에 모여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좋아하는 조개류 같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는 한겨울에 무려 5천 마리 이상이 이곳 갯벌에 모여들기도 한다. 대부분 우리나라 서해 갯벌과 주변 섬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 무리도 볼 수 있었다. 역시 함께 모여 월동지로 이주 중일 터다.
“쫑쫑 찡찡” “쫑쫑쫑 찡찡찡” 물이 차오를수록 도요새의 화려한 군무와 울음소리가 갯벌에 가득하다. 해마다 가을이면 서해 갯벌은 하루에 두 번씩 도요 세상이 된다.
유부도(충남 서천)=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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