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땀샘이 없는 새는 목욕하며 체온을 조절한다. 중국에서 서해를 건너는 중간에 섬에 도착한 흰눈썹황금새가 장거리 비행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려고 물로 뛰어들었다. 화려한 깃털로 ‘숲의 요정’이라 불리는 흰눈썹황금새 수컷이 물을 털어내며 깃털과 날개를 다듬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를 오가느라 서해를 건너는 최단거리 길목에 자리한 소청도에 철새들이 즐겨 찾는 목욕탕이 있다. 새들의 목욕탕은 언덕 위 군 시설에서 버린 물이 흐르는 배수구로, 섬에서는 ‘물골’이라 불린다. 물이 귀한 섬에서 사철 마르지 않고 흘러 장거리 이동 중인 철새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더운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이동 중인 새도 목을 축이고 몸을 식히러 물을 찾는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은 비행 중 바다에 내려앉거나 바닷물을 마실 수 없다. 먼 거리 비행 중 수많은 새가 섬에서 쉬어가지만, 물골을 찾아낸 소수의 새만 오랜 날갯짓으로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물을 마실 행운을 누린다.
봄철 이동 시기에 비밀 목욕탕 단골손님은 되새, 쇠붉은뺨멧새, 촉새, 큰유리새, 유리딱새다. 버들솔새, 노랑눈썹솔새, 산솔새 같은 솔새과 새들도 만날 수 있다.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쇠뜸부기와 ‘귀한 손님’ 진홍가슴, 꼬까참새도 물을 마시러 왔다. 모두 목을 축이고 목욕한 뒤 비행을 위해 소중한 깃털과 날개를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망망대해를 건너는 철새에게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소청도에서 새들의 비밀 목욕탕을 잠시 엿본다.

생명수 같은 물을 마시며 마른 목을 축이는 흰눈썹황금새 암컷.

광택 나는 푸른색 깃을 가진 큰유리새가 물에 들어가 몸을 식히고 있다.

멱(목 앞쪽)에 진홍색이 선명한 귀한 나그네새 진홍가슴도 물골을 찾았다.

주위를 경계하듯 물가를 배회하던 노랑눈썹솔새가 황급히 물로 들어가 날개를 펼치고 있다.

물골을 찾은 쇠뜸부기가 물속에서 먹이를 잡고 있다. 경계심이 강한 쇠뜸부기는 논, 습지, 갈대밭에서 조용히 숨어다니기 때문에 관찰이 어렵다.
소청도(인천 옹진군)=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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