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갈대 사이로 쇠부엉이의 에어쇼가 펼쳐진다. 낮 동안 사람 눈에 띄지 않고 풀숲에서 쉬던 새는 해 질 무렵부터 먹이를 사냥한다. 폭이 넓지 않은 강 양쪽 산책로와 차도가 사람들 왕래로 부산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천 주변이 탁 트여 있는데다 풍부한 먹이와 숨기에 적당한 수풀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쇠부엉이에겐 최적의 월동지다.
대부분의 야행성 맹금류와 달리, 쇠부엉이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활동을 시작한다. 탐조객과 야생조류 사진가를 불러모으는 이유다. 하루 30~40명 탐조객이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다. 휴일엔 100대 넘는 카메라가 둑에 늘어서기도 한다. 하지만 쇠부엉이의 비행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여 분. 추위를 무릅쓰고 이 순간을 기다린 탐조객은 짧은 겨울 해가 아쉽다.
쇠부엉이는 갈대밭을 낮게 날며 먹이를 찾는다. 폭은 좁지만 몸집에 비해 긴 날개를 가진 쇠부엉이는 풀 사이로 빠르게 날다가 급히 방향을 바꾸는 데도 능숙하다. 먹잇감의 기척을 찾느라 좌우로 연신 머리를 돌리는 모습도 귀엽다. 먹잇감을 발견해 땅으로 곤두박질칠 때는 맹금답게 용맹스럽다.
올빼미과 새들은 날 때 날갯소리를 내지 않는다. 귀가 발달해 풀숲에서 먹잇감의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이어지면 며칠씩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파주=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길가서 배곯은 40일 된 아기…경찰, 새벽에 조리원 찾아 분유 구해
[단독] 정승윤 ‘권익위 국장 죽음은 이재명 헬기 탓’…유족 “유서에 그런 언급 없어”
“천박한 짓”…서경덕, ‘독도 간 연예인 공격’ 일 누리꾼에 쓴소리
윤 지시 사흘 만에…문체부 “홍명보 감독 선임, 규정 어겨”
길이가 무려 2300만 광년…우주 최대 구조물 발견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축소해도…명태균·대통령 부부 친분 증거
10월 4일 한겨레 그림판
“어르신, 7시간 이상 휠체어에 묶여...일종의 체포·감금죄”
3년차 ‘국군통수권자’ 윤 대통령의 경례, 햇볕은 안 가렸지만…
21세기 안에 60억명이 죽는다는 ‘멸종설’ 사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