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초등학교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있는 묘량중앙초등학교는 2009년 전교생이 15명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에 놓였다. 학교가 없어질 지경이 되자 학부모들이 나섰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며 통학을 위해 고물 승합차를 구해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또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던 농촌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들이 늦은 저녁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교육 당국도 힘을 보탰다. 지역 교육청은 제한적 공동학군제를 운영하고, 교사·학부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주말이면 아이들은 승마와 수영, 과학 등 체험학습을 하고 미술과 마술, 탁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학생 각각의 가정환경과 개성·발달·성장까지 고려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주변 다른 학교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묘량중앙초에 전·입학생이 늘기 시작했다.
15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는 2010년 23명, 2012년 34명으로 불어났다. 마침내 2012년 4월 폐교 결정이 철회돼, 묘량면에서 유일한 초등학교였던 묘량중앙초등학교는 주민 곁에 남게 됐다. 서울과 강원도 원주에서 귀농한 젊은 부부의 아이들이 잇따라 전학 오고 영광읍 학생 30명도 옮겨오면서, 현재 학생 수는 78명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병설유치원 어린이 24명까지 더해, 교정엔 아이들 100여 명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도 달라졌다.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이 가득한 학교 운동회는 마을에서 가장 큰 축제가 됐다. 학교는 아이들의 배움터를 너머 마을의 배움터로 진화하고 있다. 나날이 빈집이 늘어나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게 일반적인 농촌 마을의 모습이다. 하지만 묘량면의 활기찬 시골 학교는 아이를 가진 젊은 세대를 불러들이고 있다. ‘학교는 곧 마을의 미래다’란 명제를 현실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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