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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증언자 임무를 마치다

3월 타계한 로이터 야니스 베라키스의 30년 ‘난민’ 기록
등록 2019-03-13 10:08 수정 2020-05-03 07:17
시리아 난민이 2015년 9월10일 비바람 속에 그리스의 이도메니 마을에서 마케도니아 국경을 향해 걷던 중 딸의 뺨에 입 맞추고 있다. 암 투병 끝에 3월2일 타계한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야니스 베라키스는 이 사진을 비롯한 난민 취재 사진으로 자신의 팀과 함께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시리아 난민이 2015년 9월10일 비바람 속에 그리스의 이도메니 마을에서 마케도니아 국경을 향해 걷던 중 딸의 뺨에 입 맞추고 있다. 암 투병 끝에 3월2일 타계한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야니스 베라키스는 이 사진을 비롯한 난민 취재 사진으로 자신의 팀과 함께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30년 넘게 지구촌의 전쟁과 갈등, 그 틈바구니에서 고통받는 난민을 사진으로 기록한 그리스의 야니스 베라키스가 3월2일 타계했다.

1960년 아테네에서 태어난 베라키스는, 영국 미들섹스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 1987년 에서 사진 취재를 시작했다. 그는 이란의 아야톨라 호메이니 장례식, 동유럽과 발칸반도의 탈소비에트 사태, 크로아티아·보스니아와 코소보 전쟁, 체첸,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1·2차 걸프전, 아랍의 봄, 우크라이나 내전, 시리아의 ISIS(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 공격 등 끊임없는 세계의 분쟁과 갈등 그리고 뉴스 현장을 취재했다.

2000년 커트 쇼크, <ap> 미겔 모레노와 함께 시에라리온 내전 취재를 나섰던 베라키스는, 매복해 있던 반군에게 공격당했다. 두 기자는 살해당했고 베라키스는 무장한 반군이 사라질 때까지 밀림에 숨어 버텼다. 살아남은 그는 길을 떠나기에 앞서 이 순간을 스스로 찍어 남겼다.
사선을 넘나드는 종군 취재를 이어온 그는 코소보에서 한 작업으로 2000년 ‘월드 프레스 포토’의 제너럴 뉴스 스토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유럽 난민 위기를 취재해 사진팀과 함께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곤궁하고 참혹한 삶의 벼랑에 내몰린 난민들의 실상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증언한 그는, 퓰리처상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임무는 당신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다음에 무얼 할지 결정토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나는 미처 몰랐다’고 말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베라키스는 아테네에서 암과 싸우던 중 58살의 나이로 역사의 증언을 마감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정원을 넘겨 빼곡히 탄 작은 배가 2015년 8월11일 그리스 코스섬 주변에서 모터가 꺼져 터키와 그리스 사이 에게해를 표류하고 있다. 그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정원을 넘겨 빼곡히 탄 작은 배가 2015년 8월11일 그리스 코스섬 주변에서 모터가 꺼져 터키와 그리스 사이 에게해를 표류하고 있다. 그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한 시리아 난민이 2015년 9월24일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다 넘어져 아이가 물에 빠지자 놀라 붙잡고 있다.

한 시리아 난민이 2015년 9월24일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다 넘어져 아이가 물에 빠지자 놀라 붙잡고 있다.

굶주림에 지친 소말리아 어린이가 1992년 12월14일 소말리아 바이도아 지역 난민캠프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굶주림에 지친 소말리아 어린이가 1992년 12월14일 소말리아 바이도아 지역 난민캠프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터키 이시크베렌 난민캠프의 의료 천막에서 1991년 4월16일 한 아기가 주사기로 포도당을 공급받고 있다.

터키 이시크베렌 난민캠프의 의료 천막에서 1991년 4월16일 한 아기가 주사기로 포도당을 공급받고 있다.

보스니아 어린이들이 1993년 8월29일 사라예보에 폭풍우가 지나간 뒤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병에 담고 있다.

보스니아 어린이들이 1993년 8월29일 사라예보에 폭풍우가 지나간 뒤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병에 담고 있다.

소말리아의 한 운전기사가 1992년 12월9일 소말리아 모가디슈 항구에서 미국 해병이 ‘희망 회복 작전’이란 상륙작전을 펼치는 동안 보안검색을 받느라 엎드려 있다.

소말리아의 한 운전기사가 1992년 12월9일 소말리아 모가디슈 항구에서 미국 해병이 ‘희망 회복 작전’이란 상륙작전을 펼치는 동안 보안검색을 받느라 엎드려 있다.

이슬람 전통의상 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2001년 11월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북쪽으로 60여㎞ 떨어진 지역에서 아프간 깃발을 단 북부동맹 장갑차가 지나는 도로를 걷고 있다.

이슬람 전통의상 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2001년 11월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북쪽으로 60여㎞ 떨어진 지역에서 아프간 깃발을 단 북부동맹 장갑차가 지나는 도로를 걷고 있다.

야니스 베라키스가 2000년 5월 ‘혁명연합전선’ 반군의 매복으로 함께 취재 중이던 커트 쇼크와 미겔 모레노가 살해된 현장에서 살아남은 뒤,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야니스 베라키스가 2000년 5월 ‘혁명연합전선’ 반군의 매복으로 함께 취재 중이던 커트 쇼크와 미겔 모레노가 살해된 현장에서 살아남은 뒤,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시에라리온 정부군 장교가 2000년 5월15일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70여㎞ 북동쪽 마시아카에서 살해된 반군의 주검을 살피고 있다.
/시에라리온 클라인 난민캠프에서 2000년 5월12일 한 여성이 생후 6주 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이 여성은 반군의 공격을 피해 마시아카 마을을 떠났다.

시에라리온 정부군 장교가 2000년 5월15일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70여㎞ 북동쪽 마시아카에서 살해된 반군의 주검을 살피고 있다. /시에라리온 클라인 난민캠프에서 2000년 5월12일 한 여성이 생후 6주 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이 여성은 반군의 공격을 피해 마시아카 마을을 떠났다.



사진 야니스 베라키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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