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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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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아프고 외로운 노동을 위한

땀과 정성으로 쌓은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개소…

“비정규직 문제 사회에 알리는 산실 되길”
등록 2017-08-22 18:29 수정 2020-05-03 07:17
지난 5월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리모델링 공사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 현장에 일꾼들이 벽에 눌어붙은 접착제를 긁어내고 있다.

지난 5월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리모델링 공사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 현장에 일꾼들이 벽에 눌어붙은 접착제를 긁어내고 있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한 뜨거운 여름에도, 아스팔트가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에도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공장 밖으로 쫓겨난 비정규 노동자들이 몸을 누일 곳은 오직 거리뿐이다. 콜트·콜텍, 동양시멘트, 기륭전자 등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그렇게 거리에서 힘겹게 투쟁했다.

8월1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입주식을 한 ‘꿀잠’은 투쟁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집’이다. 비정규 노동자가 편히 꿀잠을 청할 집을 짓자는 소박한 마음을 모아 만들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노동자·예술가·기자·종교인 등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때로는 자신의 재능을, 때론 호주머니 속 푼돈을 합쳐 총 6억여원을 모았다. 부족한 돈은 대출을 받아 마련해, 총 11억원으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4층짜리 낡은 다세대주택을 사들였다.

그 후로도 “우리 집은 우리 손으로 짓자”는 뜻이 합쳐졌다. 전문가들이 기술을, 뜻을 함께한 이들이 노동시간을 보탰다. 공간 설계와 건축은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장(건축사사무소 ‘노둣돌’ 대표)과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장이 맡았다. 노동자·시민 등 자원봉사자들이 목수, 도배사로 나섰다. 1층은 식당 겸 카페와 빨래방, 사무공간으로, 4층과 옥탑은 숙소와 공용공간으로 꾸며졌다. 지하엔 5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연장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이 만들어졌다.

불가능해 보이던 꿈이 이뤄졌지만 건물 유지·관리비, 상근직원 인건비 등 비용 마련은 여전히 ‘꿀잠’의 고민이다. 조현철 ‘꿀잠’ 이사장은 “‘꿀잠’이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 사회에 지속해서 알릴 수 있는 산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02-856-0611
7월18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꿀잠’ 외부에 알록달록 색이 입혀졌다.

7월18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꿀잠’ 외부에 알록달록 색이 입혀졌다.

8월9일 오후 고공농성 최장 기록이라는 ‘슬픈 신기록’의 보유자 스타케미칼 조합원 차광호씨와 일꾼들이 옥상에서 나온 폐기물을 1층으로 옮기고 있다.

8월9일 오후 고공농성 최장 기록이라는 ‘슬픈 신기록’의 보유자 스타케미칼 조합원 차광호씨와 일꾼들이 옥상에서 나온 폐기물을 1층으로 옮기고 있다.

6월9일 오후 옥상 방수 작업을 하고 있다.

6월9일 오후 옥상 방수 작업을 하고 있다.

6월20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재활용할 문짝을 새로 칠하기 위해 기존 칠을 벗겨내고 있다.

6월20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재활용할 문짝을 새로 칠하기 위해 기존 칠을 벗겨내고 있다.

8월7일 4층 샤워실이 완성됐다.

8월7일 4층 샤워실이 완성됐다.

6월27일 오후 새참을 먹고 있다.

6월27일 오후 새참을 먹고 있다.

7월18일 오후 노동자들이 지하 공연장 천장 공사를 하고 있다.

7월18일 오후 노동자들이 지하 공연장 천장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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