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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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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평화

‘해군기지 반대’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분노와 고통을 담은, 류우종 기자의 기록
등록 2017-05-30 16:54 수정 2020-05-03 07:17
2012년 3월7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 현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시민활동가 등 20여 명이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발파 작업을 막고 있다.

2012년 3월7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 현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시민활동가 등 20여 명이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발파 작업을 막고 있다.

2007년 4월26일 제주 해군기지 유치신청 동의안이 날치기 통과됐다. 아무 설득 없이 국책사업을 강행한 정부와 국방부를 향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분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마을 주민들은 서울 국회로, 제주도청으로 삼보일배를 하는 등 해보지 않은 것이 없다. 구럼비 바위와 마을 앞바다를 지키려고 온몸으로 저항했지만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공권력은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을 종북몰이로 탄압했다.

주민들의 작은 희망마저 2012년 3월7일 아침 몇 초 만에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신성하게 여기던 구럼비는 강력한 다이너마이트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구럼비 자리를 지키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는 물론 전직 국회의원과 현직 도의원, 성직자들까지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곳곳에서 비명과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구럼비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는 과거 강정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었고, 제사를 지낼 때 정화수로 사용될 만큼 성스럽게 여겼다. 주민들에게는 마음의 고향 같은 상징적인 곳이었다.

주민들의 몸부림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는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공사를 밀어붙여 2016년 2월 해군기지가 완공됐다. 마을 주민들에게 각별한 존재였던 구럼비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남은 것은 파괴된 마을 공동체와 3억원을 넘는 벌금뿐이다.

힘없는 시골 마을 주민들로는 조상이 물려준 구럼비와 앞바다를 지켜내지 못했다. 강정마을에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아이들이 일말의 희망이라도 꿈꿀 수 있도록 미래를 남겨 두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일일까.

2012년 3월7일 오전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의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을 막으려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시민활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왔고 10여 명은 연행됐다.

2012년 3월7일 오전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의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을 막으려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시민활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왔고 10여 명은 연행됐다.

2012년 3월17일 오후 폭풍우가 몰아치는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주민들이 꽂아둔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12년 3월17일 오후 폭풍우가 몰아치는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주민들이 꽂아둔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계사년 새해 1일(2013년 1월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해맞이를 위해 강정포구를 찾았지만 구름이 끼어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제주도민과 평화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기원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

계사년 새해 1일(2013년 1월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해맞이를 위해 강정포구를 찾았지만 구름이 끼어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제주도민과 평화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기원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 공사를 두고 주민과 시민단체, 정부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2012년 3월8일 오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에서 윗옷을 벗고 항의시위를 하던 문정현 신부(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발파 공사를 두고 주민과 시민단체, 정부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2012년 3월8일 오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에서 윗옷을 벗고 항의시위를 하던 문정현 신부(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2012년 7월29일 강정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아이들이 강정마을 포구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십자가를 뒤로한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2012년 7월29일 강정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아이들이 강정마을 포구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십자가를 뒤로한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2012년 3월8일 오후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인 구럼비 바위로 육상과 해상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다.

2012년 3월8일 오후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인 구럼비 바위로 육상과 해상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다.

제주=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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