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는 초를 만드는 일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산업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역사상 초는 다양한 원료로 만들어졌는데, 품질로는 밀랍초를 최고로 쳤다. 현재의 양초는 1850년 스코틀랜드 화학자가 석유에서 파라핀을 추출해 값싸게 만드는 방법으로 탄생했다.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만 해도 주최 쪽이 집회 한 번에 양초 구입에만 수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2016년 ‘촛불혁명’ 때는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 참가자 대부분이 직접 양초를 준비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곳곳으로 번지면서 양초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국내 업체들은 무덤덤하다. 저가 양초는 마진이 적을 뿐 아니라 몇 년 사이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남천면 매일양초 공장 황나금 대표는 “2008년 시위 땐 양초 대부분이 국산이었다. 하지만 이후 값싼 중국산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현재 촛불집회에 쓰이는 기본 양초를 만드는 국내 공장은 특별주문을 하지 않는 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40~50곳이던 양초 공장은 현재 15% 정도 폐업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100원대를 유지하던 기본 양초 가격은 2008년보다 오히려 낮아져 80원 정도다.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양초를 무관세 혜택을 받아 싼값에 들여와 팔기 때문에 국산 양초 시장이 가격경쟁에서 밀려 무너져버렸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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