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갯벌은 철새들의 안락한 보금자리였다. 지금은 인천항 앞바다에서 퍼와 쌓아둔 흙이 썩으며 개흙 내가 진동한다. 인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인천시 중구 중산동 운염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시 빗물이 고이고 습지가 된 이곳에서 지난 6월6일 새 생명이 태어났다. 희귀 철새 장다리물떼새가 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비바람 맞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알을 품은 지 25일 만이다. 소금이 덩어리째 허옇게 드러나고 붉은 칠면초가 듬성듬성 자란 땅에서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발도요, 흰물떼새, 꼬마물떼새 같은 다양한 도요ㆍ물떼새 둥지도 장다리물떼새 둥지 10여 개와 함께 발견됐다. 50여 마리의 장다리물떼새 무리는 함께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며 서식지를 지켰다. 새호리기와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 덩치 크고 사나운 갈매기나 까마귀가 다가올 때면 날카로운 경계음과 동시에 포란 중이던 어미까지 날아올라 침입자를 자신의 영역 밖으로 쫓아냈다. 길고 가는 다리를 가진 어미는 다리를 반으로 접어 무릎을 꿇고 새끼를 품었다. 날개 아래에서 어린 새는 체온을 유지하고 천적을 피했다.
어미 품과 물을 오가던 어린 새와 서식지가 한꺼번에 사라질 뻔한 일도 있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장맛비에 대비하고 모기나 깔따구를 없앤다며 습지의 물을 없애려 했기 때문이다. 중장비로 습지를 파헤쳐 도랑을 치고 양수기로 물을 펐다. 물 없이 살 수 없는 어린 새들은 아직 날개에 힘이 붙지 않아 다른 곳으로 날아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다행스럽게 생태 전문가와 네티즌의 민원이 잇따라 물 빼는 작업은 중단됐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몰려 몸살을 앓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어린 새와 둥지에 가까이 다가가 어미새의 포란을 방해했다. 서식지를 침범당한 새가 황급히 숨거나 어린 새를 가슴에 품으며 허둥대기도 했다. 포란이 방해받아 알이 햇볕에 너무 뜨거워지거나 추운 날씨에 식어버리면 부화에 실패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위장막도 없이 많은 사람이 무분별하게 접근하면서 어미새의 포란과 어린 새의 성장을 방해한 셈이다.
희귀한 나그네새로만 알려진 장다리물떼새는 1998년 충남 서산 간척지에서 처음 둥지를 발견해 번식이 확인됐다.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며 농사짓던 간척지는 주인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영농 방식이 바뀌자 둥지도 사라졌다.
서해 항로 유지를 위해 바다에서 퍼낸 준설토를 쌓아 육지로 만든 영종도 갯벌에는 올 하반기 착공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따라 골프장과 워터파크, 쇼핑몰이 들어선다.
전화신청▶ 02-2013-1300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 캠페인 기간 중 정기구독 신청하신 분들을 위해 한겨레21 기자들의 1:1 자소서 첨삭 외 다양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정우성 득남’ 소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단독] 실손보험 믿고 ‘툭하면 도수치료’…과잉진료 손본다
내일 서울 새벽부터 ‘첫눈’ 3~8cm…시, 제설 비상근무
단독사고 난 승용차 안에서, 흉기 찔린 부부 발견
“65살 정년연장은 단계적 적용…재고용 도입하면 ‘의무화’ 필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기만료 전역...임성근 무보직 전역 수순
[단독] ‘김건희 인맥’ 4명 문화계 기관장에…문체부 1차관 자리도 차지
위법 여부 따지는 한동훈…윤 닮은 ‘가족 스캔들’ 대처법
새가 먹는 몰캉한 ‘젤리 열매’…전쟁도 멈추게 한 이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