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2월부터 1972년 2월까지 ‘귀신 잡는 해병 청룡부대(해병 제2여단)’가 주둔했던 베트남 호이안의 부대 터. 한국군이 철수한 자리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에 대항해 싸우다 전사한 ’애국열사’들의 묘지가 됐다. 위령탑에는 “조국은 그대들의 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긴 전쟁을 견디고 마침내 승리를 이루어낸 나라, 베트남. 1966년 1월, 한국의 전투부대가 파병된 이후 1972년까지 크고 작은 학살이 끊이지 않던 땅이기도 하다. 베트남 중부 지역(카인호아, 빈딘, 푸옌, 꽝응아이, 꽝남)에서만 5천 명 이상이 한국군 작전으로 사망했다.
베트남은 그 전쟁을 승자로서 마무리짓고, 민족적 관점으로 미래를 위한 화합을 만들어왔다. 한때 악연으로 마주쳤던 한국과의 관계는 새롭게 자리잡고 있으며 양국 간 문화 교류도 활발하다. 그러나 국가 간 관계 속에서 피를 흘려야 했던 개인의 역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엄마(아래쪽)는 살아생전 아버지에 대해 말 한마디 없으셨어요. 그저 저를 임신했을 때 그분이 돌아가셨다고만 알고 있었어요. 성함도 모르고, 연세도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한국군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요. 상관없어요. 어렸을 때 줄곧 동네 사람들에게 제 아버지가 한국군이라는 얘길 들었지만, 친구들이 놀릴 때면 그저 웃기만 했어요. 엄마는 마을에서 제일 예뻤대요. 아버지 안 찾을 거예요, 이미 돌아가셨겠죠.”(떵 띠 호아·45살) 호이안, 딴하마을(구 깜하마을)
“저기에 한국 군인들이 머물렀어. 낮에 밖으로 나와, 부대 앞 절에 가서 맥주 마시고 놀고 그랬지. 여긴 ‘안전지대’라 위험한 일은 없었어. 가끔 술 취한 한국군이 총을 쏘긴 했지만…. 내 동생이 한국군하고 데이트했어. 아기도 낳고. 근데 갑자기 가버려서….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름을 기억했는데….” (삼촌 떵 드·66살)
“소식을 듣고 아버지(위쪽)와 내가 마을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대나무 광주리 위에 죽은 채 누워 계셨어요. 내 여동생들은 크게 다쳐 같이 있었어요. 히유 삼촌(가운데)이 막내 남동생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어요. 남베트남군과 베트콩이 싸우는 전쟁터라 온 가족이 다낭으로 가서 살았는데, 어머니와 동생들이 구정을 쇠러 이곳에 방문했을 때 그 변이 일어난 거예요. 마을 앞 저 국도로 차가 많이 다녔는데,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리고 얼마 안 있어서 한국군들이 이 마을로 들어왔대요.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넘었는데…. 40년 넘게 우린 그 기억으로 아픕니다.”(응우옌 럭·64살·디엔반 퐁니마을)
“밭을 고르다 지뢰가 터지는 바람에 눈이 상했어요. 아버지는 남베트남군에 입대해 베트콩과 싸우다 돌아가셨고, 어머니(아래쪽)는 마을로 들어온 한국군들이 던진 수류탄에 양쪽 발목을 잃었어요. 제 동생 판과 씨, 고모가 그때 다 죽었어요. 어머니는 발목을 잃고는 한국군 부대 앞에 가서 구걸을 했는데, 동냥 주머니 두 개를 갖고 다니면서 한국군한테서 받은 돈은 따로 모았어요. 한국군에게 받은 돈은 집에 오자마자 인두로 빳빳이 다리고는, ‘이건 씨의 목숨값, 이건 판의 목숨값…’, 이렇게 해서라도 꼭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응우옌 럽·62살·디엔반 하미마을)
1966년 맹호부대가 민간인 1004명을 학살한 빈딘성의 고자이마을 앞으로 콘강이 흐르고 있다. 빈딘성에서는 1966년 맹호부대가 민간인 1004명을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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