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이주의 사진] 미식축구 · 친척 동생과 작은어머니

등록 2005-04-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미식축구

학교가 개강한 뒤 요즘 한창 훈련에 열심인 미식축구 부원들을 찍어봤습니다. 사람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뭐 찍는 거냐”며 무슨 말이라도 할까봐 겁이 나서 망설여지곤 합니다. 이런 마음은 빨리 버리는 게 좋겠죠? 기자님은 이런 망설임이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조리개 f5.0 셔터속도 1/1천초 120mm /영맨

광고

저도 특히 사람을 찍을 땐 망설임이 있습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망원으로 찍기: 망원렌즈가 필요하고 앵글을 빨리 결정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찍히는 사람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의 표정과 자세가 잡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캔디드(candid) 사진이 됩니다. 2. 빨리 찍기: 망원렌즈가 필요 없는 방법이지만 사전에 눈렌즈로 보면서 앵글과 프레임을 숙지하고 번개같이 카메라를 들이대야 합니다. 이 방법도 있는 그대로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상권에 위배되는 장면이라면 찍고 도망가다 잡힐 수도 있습니다. 3. 말하고 찍기: 렌즈의 제약도 없고 달아나다 잡힐 염려도 없습니다. 시간도 충분히 있고 앵글 연구도 오래 할 수 있어 실패 확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의 경우라면 이렇게 이야기하면 되겠지요. “나는 누구인데 사진가가 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훈련을 보고 있으니 참 진지해 보이고 감동적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싶다. 연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할 테니 양해해달라.” 그리고 요즘 디지털로 작업하면 돈이 들지도 않으니 이메일로 사진을 몇장 보내주겠다고 하면 좋아할 것입니다. 다만, 보내줄 사진용으로 얼굴 중심의 사진을 몇장 찍어두면 좋겠지요. 이 방법의 약점은 인물들이 카메라를 의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좀 들여서 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릅니다.

광고

2. 친척 동생과 작은어머니

광고

온 식구들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카메라를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찍어보려고 했습니다. 뒤에 억새가 있는데 앞에는 아무것도 없기에 화분에 있는 나뭇가지를 앞에 걸치고 찍어봤습니다. 조리개 f4.5 셔터속도 1/800초 /김수연

배경뿐만 아니라 전경에도 무엇인가를 두고 싶었다는 말만으로도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으신 분들도 깜빡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전경을 걸치고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구도와 어울리는 전경을 넣는 것은 탁월한 감각입니다. 빛의 방향도 잘 살렸지만, 인물이 가운데에 쏠렸습니다. 이 사진에서야 배경과 전경이 모두 좌우에 있어서 답답하지는 않지만 다소 심심해 보입니다. 그래서 트리밍했습니다. 안정감이 생깁니다. 참고해보십시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