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팠겠구나. 포탄 파편에 찢어진 엉덩이도, 너를 두고 떠난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도 널 괴롭혔겠지. 아픔과 함께 밀려오는 배고픔을 달래려 너는 부서진 집 주변을 헤매고,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더구나. 너도 알겠지만, 사람은 언제나 사람이 먼저야. 그보다 돈이 먼저고, 권력이 먼저인 ‘사람 탈’ 괴물이 있지만. 2010년 연평도.
2010년 11월23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1950년 이후 분단 체제에서 전쟁은 언제라도 다시 터질 수 있는 ‘상수’였지만, (불안한) 평화가 반세기 넘도록 이어진 까닭에 우리 마음엔 ‘에이, 설마’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설마가, 사람과 집을 삼켰다.
북한에서 날아온 포탄이 남한 영토를 직접 타격하고, 사상자가 발생한 첫 사건이었다. 연평면사무소 앞 폐회로티브이(CCTV)에 기록된 영상은 다시 봐도 간담이 서늘하다. 주민 2명과 군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십 명이 다쳤고, 수십 채의 집이 뼈대마저 무너진 채 불타버렸다.
남한군이 보복공격에 나섰고, 북한군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지침은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였으나 논란이 일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확전불사’로 방향을 틀었다.
광고
무슨 말로 주민들의 불안을 표현할 수 있을까. 섬사람 열 중 여덟이 섬을 떠나 인천의 임시숙소에서 곤란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죽느니 사는 방법이었다. 황급한 피난의 와중에 개와 고양이, 염소와 돼지는 배에 오를 수 없었다. 묶여 있거나 갇혀 있던 동물들은 살 방법이 없었다. 풀려 있던 동물들은 정처 없이 섬을 떠돌았다. 바닷가에서 게 껍데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배고픔을 달래는 녀석도 있었다. 주민들이 떠난 섬에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잔류 주민보다 기자 수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자신의 애국심을 알릴 기회를 놓칠세라 어색한 군복을 차려입고 모여든 정치인도 있었다.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정치인이 아닐까. 안상수가 불에 그을린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 부르자, 육군 중장 출신 국회의원 황진하가 “작은 통은 76㎜, 큰 것은 122㎜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부연 설명하고, 장교 출신 대변인 안형환은 맞장구쳤다. 전쟁이 터지더라도 북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확전론은 이런 슬픈 기반 위에서 퍼져나갔다.
그즈음 연평도에 들어갔던 나는 ‘포탄이라 불렸던 보온병’의 행방이 궁금해 여러 날을 헤맸다. 많은 개를 만났다. 배고픈 아이들이었다. 그중 한 녀석은 엉덩이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파편이 사람의 몸을 찢을 때, 개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물며, 적의 무기만이 우리를 죽이는가. 2025년 3월6일, 경기도 포천시 노곡리에 떨어진 폭탄은 ‘우리 공군’의 F16 전투기에서 투하한 날벼락이었다. 교회 앞 폐회로 티브이에 잡힌 영상은 연평도의 그 장면과 끔찍하게 닮아 있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사람이 죽지 않았다. 토끼 164마리, 염소 2마리, 소 1마리가 죽었다. 외마디 비명도 없이 불에 타고 부러진 나무도 수십 그루지만, 집계되지 않는다.
사람의 삶만을 절멸로 몰아넣는 전쟁은 없다. 계엄령의 명분을 만들려고 전쟁을 유도한 미친 권력자에게 사람 목숨, 동물 목숨 뭣이 중하겠냐마는. 그런 자가 개를 물고 빠는 끔찍한 개아빠라니, 멍멍 우는 수밖에.
광고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나경원의 ‘태세 전환’, 윤 파면되니 “이런 결과 예상”
파면된 윤석열 사과도 승복도 없이…“국힘, 대선 꼭 승리하길”
헌재, 윤석열의 ‘적대 정치’ 질타…야당엔 관용과 자제 촉구
‘탄핵 불복’ 이장우 대전시장, 윤석열 파면 뒤 “시민 보호 최선” 돌변
외신 “‘아메리칸 파이’ 노래했던 보수주의자, 극적으로 퇴진”
[결정문 분석] ‘5 대 3의 희망’ 정형식·김복형·조한창도, 파면에 이견 없었다
[전문] ‘윤석열 파면’ 헌법재판소 결정문 ①
[속보] 중국, 미국산 수입품에 34% 추가 보복관세
검찰독재정권 2022.05.10~2025.04.04 [그림판]
시장도 환호했다…헌재 결정 20분간 원화가치 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