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라, 뽀재명과 뽀정은2024년 겨울 비상계엄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 계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단숨에 이해할 만한 일이 마구 뒤섞인 채 떠오르고 부글대고 가라앉은 신묘한 사태였으니까. 내란세력의 멍청함을 함부로 비웃지 말자. 그 계엄은 얼마 든 성공할 ...2026-01-07 19:37
살리겠다며 죽이누나해가 저문다. 한 해를 돌아보고 진단하는 뉴스가 쏟아진다. 권위 있는 매체와 기관이 발표하는 집계를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를 멈춰 세운 사건들은 무엇이었나. 떠오르는 일들의 다수는 ‘기관의 오작동’이 빚은 참극이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는 블랙코미디는 ...2025-12-20 16:06
배에는 빠꾸가 없응께홍어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삭힌 홍어의 독특한 향과 맛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단박에 빠져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노력해도 소용없는 이가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일까. 사람이 홍어를 고르는 게 아니라, 홍어가 사람을 고른다고 한다. 전라도 잔...2025-12-11 09:19
바슈롱 콩스탕탱 멍멍어처구니없는 친위 쿠데타와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갇히고 만 전직 대통령 부부는 끔찍한 개사랑꾼이었다. 국민보다 개를 더 사랑했을 거라는 황당한 주장도 지금 생각하면 수긍이 갈 정도다.윤씨는 대선 후보 시절 부산에서 전두환을 옹호한 뒤 논란이 일자 마지못해 사과했다가 그날...2025-11-26 06:20
별걸 다 하누만가만히 원숭이를 보고 있자면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원숭이는 인간이 거울처럼 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물끄러미 한참을 들여다보면 그와 내가 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묻게 된다. 원숭이와 인간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2025-11-11 18:10
날아라 분홍 막대기“아직 못 보셨어요? 기다란 막대기들이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머무는 동안 한 번은 꼭 보게 될 거예요. 그거 보면 ‘정말로 막대기가 하늘을 날아가네’ 하는 소리가 나올 겁니다. 웃겨요. 핑크색 막대기들이 아무 표정 없이 쓰윽 지나간다니까요. 머리 위 직각으로 올려다볼 ...2025-10-21 11:37
사람 또한 한철이라네가을이 오는 걸까.그늘로 불어오는 바람마저 뜨겁던 여름이었다. 가을 문턱이라는 입추가 지나가도, 이슬 맺힌다는 백로가 와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가을이 없는 걸까 푸념하던 찰나, 아침 바람에 가을 냄새가 슬며시 묻어났다.농약을 안 친 탓인지, 남의 논밭도 과연 그런지 ...2025-09-28 18:19
새사람, 새, 사람새와 사람이 걷는다.새는 날고 사람은 걸어야 할 텐데, 새와 사람이 함께 걷는다. 새들이 사람 머리 위에 앉아서 걷는다. 큰뒷부리도요가 맨 앞에 섰다. 저어새와 가창오리,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검은머리갈매기, 가마우지, 황조롱이, 알락꼬리마도요, 물수리가 뒤를 따른다...2025-09-17 08:02
어디에나 있다 엄마처럼프랑스 태생의 미국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는 1911년 태어나 2010년에 죽었다. 한국식 나이계산법으로는 100살, 서양식으로는 99살을 살다 떠났다. 3·1만세운동 때 이미 아홉 살이었는데, 서울 용산 참사가 벌어질 때까지도 ‘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칠순을 ...2025-08-24 23:24
얼룩진 흑염치불가마 찜질방이 따로 없다. 밖에서 일하면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마을 방송에선 한낮에 밭일하지 말라는 경고가 하루에도 대여섯 차례 흘러나온다. 외출하지 않거나 연락이 뜸해진 노인들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달라는 요청과 함께.보름가량 집을 비운 사이 밀림처럼 우거진 ...2025-08-05 17:59
보일 듯이 잡힐 듯이코흘리개 시절 반 친구 가운데 노래를 빼어나게 잘하는 녀석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선생님이 노래를 시키면 빼는 법이 없었다. 아무 노래나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 진지함과 품위가 느껴지는 노래랄까. 이를테면 가곡 비슷한 노래를 불렀다. 처음 듣는 노래가 많았다. ...2025-07-21 18:05
콩 속의 검은 피도시 살 때 얘기다. 집을 오래 비울 사정이 생겨 기르던 개를 시골 사는 친구에게 맡겼다. 한 달 뒤 데려왔는데, 이 녀석이 반갑다고 난리블루스를 추더니 거실에서 부스스 몸을 털었다. 바닥에 새까만 깨알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풀씨가 털에 붙어 있었나 싶어 빗자루로 ...2025-07-08 14:45
거미와 원숭이의 밤 [노순택의 풍경동물]36이라는 숫자는 내게 각별하다. 한때 늘 머리 안에 맴도는 숫자였다.35㎜ 필름카메라에 익숙한 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필름 한 통에 담을 수 있는 사진이 36장이니까. 짧지 않은 시간 35㎜ 필름카메라를 분신처럼 들고 다녔던 내게 36은 가능성의 수이자...2025-06-24 06:15
닭둘기의 전쟁과 평화한때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날아다니는 도시쓰레기’ 취급을 받는다.구약성서 창세기에 따르면, 아주 옛날 하느님은 썩어빠진 세상을 쓸어 없앨 마음을 먹었다. 미련이 남았던 걸까. 600살 노아를 불러 가족과 함께 동물 한 쌍씩을 배에 태우라고 귀띔한다. 40일 동...2025-06-12 15:57
수류탄은 의외로거북이는 느리다.(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하지만 느린 거북이가 빠른 토끼를 이겼다.(모두 알고 있지. 유명한 우화니까.) 성실함이 재능을 이긴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교훈일까.(아니. 승부란, 삶이 그렇듯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게 교훈이야.)미키 사토시의 ...2025-05-28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