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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냥이 쫓기…고양이는 어디에 있을까

등록 2023-10-13 20:45 수정 2023-10-19 15:57
2023년 전라남도 목포시 북교동. 다 허물어져가는 거대한 기와집의 풍채를 혼이 나간 듯 바라보다가 사진기를 들었지. 네가 있는 줄 몰랐어. 나를 바라보는 줄은 더욱 몰랐지.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있더라. 내가 너를 본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본 거였어.

2023년 전라남도 목포시 북교동. 다 허물어져가는 거대한 기와집의 풍채를 혼이 나간 듯 바라보다가 사진기를 들었지. 네가 있는 줄 몰랐어. 나를 바라보는 줄은 더욱 몰랐지.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있더라. 내가 너를 본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본 거였어.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생각하기에 좋은 동물’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문화사를 연구한 로버트 단턴은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렇다면 욕하기 좋은 동물도 있다.”

‘개새끼’는 전혀 욕이 아닌 단어의 조합이지만, 입에서 나와 사람을 향하는 순간 욕이 되는 대표 사례다.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착각하며 사용하는 동물 욕과 비유는 얼마나 많은가. 돼지, 닭, 쥐, 곰, 호랑이, 토끼, 여우, 원숭이가 수시로 호출된다.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동물에 빗대 사람을 들먹이는 자의 입은 어느새 작은 동물원이 된다.

사람의 우월감은 절대적이다. 특정 능력을 발휘할 때 동물은 사람을 우습게 뛰어넘지만, 그 독특한 능력으로 인해 조롱당한다. 조롱을 넘어 혐오, 혐오를 넘어 저주의 대상이 되곤 했다. 대통령을 닭근혜, 노알라, 쥐명박이라 부를 때 그것은 동물을 소환할까, 사람을 소환할까. 사람 이름을 동물과 섞어 부르는 일은 쌍시옷이 없어 온건해 보이지만, 듣다보면 더 불쾌하기 마련이다. 감히 사람을, 어찌 동물과 섞어서.

동물이 사람과 동급일 수 없다는 ‘자존심’은 계급과 인종,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차마 노예일지라도 동물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는 무언의 정서가 오늘의 우리에겐 깔려 있다.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모습과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 모습은 같을까 다를까. 두 장면은 엄밀하게 다르지만, 이따금 뒤섞인다.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18세기 산업화 바람이 불던 프랑스에서 인쇄소 수습노동자였던 니콜라 콩타가 남긴 ‘고양이 대학살’의 기록. 노동자들의 환경은 비참했다. 더럽고 추운 방에서나마 실컷 자지 못했고, 중노동과 욕설에 시달리면서도 먹을 거라곤 찌꺼기뿐이었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간신히 꿈나라로 빠져들 때 소년공들을 괴롭힌 녀석이 있었으니, 밤새 울어대는 고양이였다. 하나 노동자들은 고양이를 쫓아낼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참다못한 한 친구가 공장주 집에 올라가 밤마다 고양이 소리를 흉내 내고 마침내 주인은 고양이 소탕 작전을 허락한다. 공장주 아내에겐 끔찍이 아끼는 회색 고양이 ‘그리스’가 있었다.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 고양이였다. 노동자들은 혼란한 틈을 타 그리스를 가장 먼저 죽이고 모른 척한다. 여주인이 울부짖는다. “이 나쁜 놈들이 주인을 죽일 수 없으니 내 고양이를 죽였네!” 노동자들은 발뺌한다. “주인을 존경하는 우리가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요.”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웃는다.

로버트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을 통해 동물학대가 특정 시공간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라 유럽 전역에 걸친 오락이자 문화였으며, 동물에 투사된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무슨 죄인가.

사람이 미워 동물을 죽이는가 하면, 미운 동물을 죽이려다 사람이 죽곤 한다. 방금, 부부 싸움을 하다가 배우자가 아끼는 고양이를 아파트 창밖으로 내던진 사람이 경찰에 입건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사진·글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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