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 70돌을 기념하는 ‘DMZ 전시: 체크포인트’가 열리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2023년 9월2일 아이들이 ‘바람의 언덕’을 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달린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연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다. 언덕 한복판엔 위장한 군사시설을 찍은 사진들이 서 있고, 그 뒤 언덕마루엔 두 손 잡고 마주한 조형물이 섰다. 오른쪽 비탈엔 북녘 하늘을 향해 땅을 뚫고 나온 거인 형상이 늘어서 있다.
전쟁 통에 북쪽을 떠나 남쪽에 터 잡은 실향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그리며 방문한 경기도 파주 임진각 옆 평화누리에서 최원준 사진가의 <언더쿨드> 연작 사진이 이들을 맞이한다. 자연에 파묻혀 사라져가는 군사시설이 사진에 담겼다. 김홍석 작가의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이란 마주 선 두 사람 형상의 작품은 풍선처럼 가벼운 재질로 곧 날아오를 듯하다. 최평곤 작가의 <통일바라기> 조형물은 실향민의 가슴 먹먹한 모습으로 2007년부터 버티고 섰다.
판문점을 가로지른 군사분계선과 직선거리로 불과 214m 떨어진 평화누리공원 ‘바람의 언덕’ 모습이다. 이곳에선 2023년 8월31일부터 ‘디엠제트(DMZ) 전시: 체크포인트’ 행사가 열리고 있다. ‘DMZ 오픈 페스티벌’ 중 하나다. 비무장지대를 뜻하는 DMZ는 실상 가장 무장화한 공간이기도 하다.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이 불완전한 모습으로 멈춘 지 70년을 맞아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DMZ의 장소성과 역사, 분단의 의미를 다시 일깨우는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검문소를 뜻하는 체크포인트 전시는 이곳뿐 아니라 파주의 민간인통제구역인 도라산전망대와 미군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에서 9월23일까지 이어진다. 10월6일부터는 경기도 연천의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옮겨 진행된다.
광고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2018년 비무장지대 안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에서 만난 뒤, 남북은 각각 DMZ 안 감시초소(GP) 10곳을 폭파했다. 적대적 군사행동을 줄여나가려는 상징적 조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평화의 시계는 멈췄다. 아니, 이념 공세와 적대적 조처 강화로 남북 당국은 대결을 향해 역주행하고 있다.
3년간의 한국전쟁 동안 남과 북은 각각 15만과 30만의 군인이 전사했다. 이보다 훨씬 많은 37만과 40만의 민간인이 남북에서 희생됐다. 미국이 2003년부터 이라크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숨진 사람도 11만5천여 명에 이른다. 이 중 민간인이 6만6천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크라이나군은 4600여 명, 러시아군은 57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전투가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땅에서 민간인은 군인보다 더 많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을 찍는 장비와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황을 찍은 영상이 전투 몇 시간 뒤면 유튜브에 올라오는 시대다. 지대함미사일에 함정이 폭발하고 공중전을 벌이다 추락하는 전투기를 찍은 영상이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희생자들의 참혹한 외마디 비명이 숨어 있다. 우리 모두에게 하나뿐이자 전부인 생명이 스러져 사라지는 순간이다.
군사분계선을 지척에 두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영구히 이어져야 한다. 전쟁 연습보다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정치와 외교, 그리고 권력자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광고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을 가로지른 철책 위로 1999년 12월29일 하루 동안 태양이 반원의 궤적을 그리며 넘어가고 있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한 프레임에 30번을 다중노출해 찍은 필름 사진이다.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윤 어게인’ 신당 소동 뒤에야…국힘 “다 같이 망할라” 윤 손절론 표출
서울고법, 윤석열 21일 공판도 ‘지하 출입’ 허용…특혜 논란
그 많은 수돗물 누가 훔쳤나 [그림판]
비비고 ‘가는 줄무늬 만두’ 미국서 특허받자…중국이 ‘발끈’
‘계몽’ 김계리 “국힘에 기대 안 해…청년들 또 그들 앵벌이 될 것”
“윤석열에 꽃다발 준 입주민, 김태효 모친이었다”
문형배 “비상계엄은 관용과 자제 넘은 것, 통합 메시지 담으려 시간 걸려”
‘항명 혐의’ 박정훈 대령 쪽 “윤석열 증인 신청하겠다”…항소심 시작
10년 전 이경규 양심냉장고 주인공도 ‘어른 김장하’ 장학생이었다
박정훈 대령 쪽 “한 사람 격노로 모두 범죄자 된 사건 실체 밝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