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한낮을 조금 지나 오후 업무와 아이들 하교 등으로 한창 바쁠 시각.
‘학폭 아웃, 피해자 보호, 가해자 엄벌, 학폭 문제 해결합시다’라는 오픈 카톡방 참가 학부모 50여 명이 2024년 10월29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중학교 들머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너는 혼자가 아니야’ ‘진심으로 사과하라’ ‘엄마들이 지켜줄게’ 등 두 차례 근조 화환 시위 때 썼던 문구가 적힌 리본을 목에 두르고 학교로 향했다.
이 중학교는 초등학교 자녀가 학교폭력(학폭)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경 성남시의원(전 국민의힘 소속)의 중학생 아들이 다니는 곳으로 , 이 시의원이 2024 년부터 학교운영위원회 ( 학운위 )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최근 이 의원이 위원장직 자진 사퇴 뜻을 밝혔지만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학교는 이 의원의 위원장직 사임 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학운위를 열었다 .
분당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이 시의원의 자녀 등 동급생 4명은 올해 4~6월 같은 반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저질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에 회부됐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공원으로 불러내 모래를 섞은 과자를 강제로 먹이고, 피해자 학생의 집에서 게임 벌칙 수행 등을 이유로 몸을 짓누르는 등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흉기로 위협하는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은 지난달 학폭심의위를 열어 가해 학생 4명 가운데 이 시의원의 자녀 등 2명에게 서면 사과와 학급 교체를, 가담 정도가 덜한 2명에게 서면 사과와 봉사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에 이 시의원은 지난 17일 “부모 된 도리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며 공개 사과하고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학운위 방청을 마치고 나온 나영호 오픈 카톡방 대표는 “일반 방청인들은 발언권 자체가 없다”며 “우리 의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부모 위원들께서 이 시의원 사임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해주고, 직을 박탈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결과를 냈다”고 밝혔다. 또한 학부모들은 이 의원이 시의원을 그만둘 때까지 분당 서현동 일대에서 촛불 시위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50명이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 얘기 좀 꼭 실어주십시오”라며 “평일 오후 2시 반에 여기에 모이려면 1시 반 안에 일을 마무리 짓고 나와야 한다”며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성남(경기)=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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