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때로 논쟁적이다. 패션 전문지 <보그코리아>가 2022년 8월22일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제목의 화보 32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그중 하나다. 모델 김원경씨가 청와대 본관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중앙 계단에서 긴 드레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뒤편 그림은 청와대 본관 준공 때인 1991년 김식 화가에게 의뢰해 그린 <금수강산도>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려고 청와대를 방문하는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들머리여서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대형 그림을 걸었다. 이 계단을 올라 대통령집무실과 외빈 접견실로 간다.
이 사진들이 공개되자 논란이 일었다. 한복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과 ‘열린 청와대’를 함께 소개하려고 기획했다는 설명에도, 청와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8월5일에는 한 방송사업자가 청와대에서 소파 광고를 찍은 뒤 ‘대한민국 최초 청와대를 방문한 ○○ 소파’라는 자막을 달아 방송에 노출했다. 결국 청와대 관리 책임을 임시로 맡고 있는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8월25일 국회에 나와, “청와대 개방이라는 업무를 차근차근 준비해갔어야 했는데, 활용 방안에 대한 미흡한 절차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청와대를 두고 논쟁적 상황이 계속되는 이면엔, 상업성 등 전면적 활용을 통해 청와대의 권위를 허물고 싶은 쪽과 한국 정치 심장부의 역사성을 지켜내고 싶은 이들의 부딪침이 자리하는 듯하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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