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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같은 병원, 죄수 같은 환자

등록 2021-10-11 01:55 수정 2021-10-11 11:07
AP 펠리페 다나

AP 펠리페 다나

아프가니스탄 마약중독자들이 2021년 10월2일(현지시각) 카불에서 탈레반의 급습을 받아 체포된 뒤, 아비세나 약물치료 병원 해독 병동에서 검사받으려고 늘어서 있다. 오랜 시간 끊임없는 내전과 강대국의 침공으로 산업화를 이루지 못한 아프간 농촌에선 양귀비 재배가 주요한 생계 수단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전세계 아편과 헤로인의 80%가량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1996년 집권 때 마약 근절과 아편 생산 금지 정책을 강력하게 펼쳤던 탈레반은, 2021년 8월 집권 뒤 마약중독 근절을 위해 전투기와 소총까지 동원하고 있다. 9월30일 마약 소굴 급습 때는 중독자가 구타 끝에 숨지기도 했다.

탈레반 전사에서 변신한 경찰이 해 질 녘 황폐해진 카불의 지하 세계를 뒤진다. 다리 아래 쓰레기 더미 주변에서 마약에 중독된 수백 명의 노숙자를 구타하고 잡아들여 카불 외곽의 아비세나 병원으로 끌고 간다. 2003년 미군이 세운 캠프 피닉스가 2016년 마약치료 병원으로 바뀌었다. 이곳에 구금된 중독자들은 옷을 벗고 목욕한다. 그리고 삭발한다. 금단현상을 줄이려고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는다. 한때 시인, 농부, 상인, 군인이었던 700여 명이 굶주림에 지쳐 유령처럼 병동을 떠돌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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