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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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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

언제나 상대론적 태도로
등록 2013-09-18 14:33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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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남녀의 연애상담을 해주고 대처법을 알려줘온 ‘사주녀’ 본인의 사랑은 어땠을까?

그녀가 명리학 공부를 시작한 건 연애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짧게 끝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심과 원망에 사로잡혔다. 그는 정말 나를 사랑했을까? 그의 진심을 알고 싶으나 방법이 없었고 그 끝에 명리학을 파기 시작했다. 사주에 따르면 그의 사랑은 진짜였고 서로 놓쳐서는 안 될 기운이었으나 제3자가 끼어 있음을 알게 됐다. 대처가 곤란한 상황이 이런 경우다. 제3의 인물, 즉 이미 임자가 있거나 시어머니와 화합이 안 되는 경우다. 시어머니와 불화가 있는 여성은 어떤 남자를 만나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성격(사주)을 보고 맞춰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길뿐이란다.

또 하나 난처한 상황이 이른바 ‘살이 끼었다’는 경우다. 결혼하면 생이별을 한다는 ‘신살’, 첫눈에 반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원진살’ 등이다. 사주의 역기능이 나타나는 시점이다. 이쯤 되면 ‘우리 사이는 결국 좋지 않다’는 자기최면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사주를) 맹신하면 힘들어진다. 인생결정론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상대의 타고난 성질이 말해주는 메타포를 이해하는 상대론적 자세가 중요하다.”

조만간 또 만나게 될 사주녀에게 추가로 질문할 것이 폴리아모리(다자간 사랑)와 동성애에 대해서였다. 안타깝게도 명리학과 동성애의 만남에 대해서는 전해드리기 어렵게 됐다. 이번 글이 ‘오 선생을 찾아서’의 마지막 회가 됐기 때문이다. 칼럼 초기에 잘 헤어지는 법을 알아야 새로운 사랑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만날 때 헤어짐을 예비하고, 헤어질 때 새로운 사랑을 기약할 수 있는 상대론적 자세가 사랑으로 행복을 도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서울 홍익대 쪽에 이따금 가는 술집 이름이 ‘김약국’이다. 술도 잘 먹으면 약이 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놀랍게도 대한약사회에서 공식 항의를 해왔단다). 그 집에 들어가면 이런 문구도 붙어 있다. “여자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떡은 이 떡도 되고 저 떡도 된다. 이런 상대론적 태도를 경영에까지 도입할 줄 아는 주인장은 20여 년 알아온바 비교적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큰 부와 큰 명예는 없을지라도.

연애도 인생도 주식도 집값도 파동을 탄다. 올라가면 내려올 때가 있고, 내려가면 올라갈 때가 있다. 다만 그 파동의 흐름이 상향이냐 하향이냐가 중요할 따름이다. 상대론적 자세는 파동의 흐름을 위로 향하게 하는 데 중요한 덕목이라 믿는다. 지금의 단점이 언젠가 장점이 되어 ‘오 선생’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이성욱 씨네21북스 기획위원*‘오 선생을 찾아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와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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