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연하의 남친과 6년째 순항 중인 언니는 “대화의 오르가슴이 이렇게 최고인 적이 없다. 그동안 내가 착각했다. 취향이 같다거나 공통 관심사가 많아야 대화가 잘된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 젊은 오빠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 언니와 많이 다른 건 분명하다. 난 이 언니와 만나면 좋은 술 싸게 사는 정보를 교환한다. 둘 다 술을 참 사랑한다. 젊은 오빠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언니는 인문학 전공자답게 소설·영화 등을 평생 사랑해왔고, 오빠는 이공계 출신으로 대중문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지리적으로 치명적이다. 언니는 서울에서, 오빠는 울산에서 자랐고, 생계도 그곳에서 해결하고 있다. 주말부부가 아니라 월말커플쯤 된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전에 연애하면서 늘 느꼈던 외로움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연애하는 여자는 언제 외로운가? 흔히 남자와 여자의 몸 선생 그래프를 수직과 곡선으로 묘사한다. 남자는 수직에 가깝게 상승했다가 사정과 동시에 툭 떨어지는 반면 여자는 완만하게 상승해서 길게 간다. 상승 뒤 출렁거리며 멀티 오 선생을 만나기도 한다. 마음 선생도 이와 비슷하다. 여자는 시작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돌입하면 집중도가 점점 더 강해진다. 여자 마음이 돌처럼 발기돼 있을 때 남자는 반드시 다른 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자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는데, 연애에 돌입하면 뭔가를 기대하게 되고 관계의 패턴이 생긴다. 그 패턴이 느슨해지면 외로워진다. 저녁때는 항상 통화했는데 주제가 식상해지고 횟수도 뜸해지면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도를 맞춰가지 못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A를 말할 때 A로 알아들으면 된다. 여자가 언짢을 때 자존심상 기분이 안 좋다는 뉘앙스만 풍긴다. 남자는 왜 그러냐고 물으면서도 잘 못 맞춘다. 일부러 안 맞추는 것처럼. 바로 앞에 벌어진 어떤 사건 때문에 그런 건데도. 이러면, 말을 꺼내놓으면 더 지친다.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자. 술자리를 즐기는 언니가 얼큰해져 이런 실수를 한다. “엎어져 자고 있어. 많이 늦을 거야.” 얼마 뒤 용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의식하고 다시 전화를 한다. “나 엎어져 있었어. 이제 뒤집어도 돼?” 오차가 없음을 느낀 언니의 마음이 촉촉해진다. 연하에게 절대로 해선 안 된다는 말들도 가끔 튀어나온다. 너 참 귀엽다거나 내가 나이가 훨씬 많으니 늘 효를 가슴에 새기라는 둥.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오는 언니의 맘이 무엇이라는 걸 알아먹기 때문에 소통의 오 선생이 그들과 함께한다.
이들이 마음 선생을 확인한 계기 중에 사기사건에 공동 대처했을 때가 있다. 비슷하게도, 또 다른 언니는 동거에 들어간 뒤 양가에 인지시켜주고, 자기 집 문제에 자기도 모르게 오빠가 나서주었을 때, 동전의 앞뒤처럼 따라붙던 외로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관계감의 확산이 가져온 효과다. 그런데 이 후자의 언니는 오빠가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5개월간 몰랐다가 헤어졌다.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백년해로를 해도 백년까지다. 몸 선생과 마음 선생의 원리를 알고 써먹으려면 누군가와 만나야 한다. 좋은 만남은 좋은 헤어짐이 쌓여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다음은 잘 헤어지는 법이다.
이성욱 씨네21북스 기획위원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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