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인가 7년 만에 그녀를 만났다. 볼에 살짝 붙은 살집이 예전보다 인상을 좋게 만들었다. 그사이 그녀는 싱글맘이 됐다. “아버지가 유부남이지?” 하고 푹 찔렀더니 한사코 잡아뗀다. 그러면서 양육비는 한번에 받아냈단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시크한 미인이었고, 일거리를 맡기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구애의 줄도 길었다. 정작 싱글맘이 되고 나서야 자신이 진짜 사랑을 못해봤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35살 어린 영계 남자를 안고 있으면 냄새도 좋고, 뽀송뽀송하고, 촉감도 훨씬 좋아.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섹스를 못한다는 거야.”
“지금, 아들이 이성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이야?”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아이를 낳고 나서야 그동안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난 당신이 옆에 있어도 당신이 그립다, 는 시구절이 있는데 예전에는 무슨 개소리야 했어. 그런데 절절히 가슴에 와닿는 거야. 옆에 자고 있는데도 보고 싶은 감정을 알아?”
그녀는 그런 감정을 평화롭게 나눌 어른 남자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남자를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의 그녀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남자를 선호했다. 좋다고 달려드는 남자는 매력이 없었다. 포커판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쥐고 있는 듯한, 그러나 패를 까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는 매혹을 좋아했다고 할까.
사실 그녀가 어떤 유형의 남자를 선택하고 또 어떤 사랑을 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녀는 나로선 상상 불가능한, “내장이 매일매일 썩어가는 느낌”으로 수년을 홀로 보냈기 때문이다. 아이 아버지는 1년쯤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한다. 싫지도 좋지도 않았는데 때가 되어서인지 잠을 잤다. 그리고 순식간에 임신을 했다. 결혼은 하기 싫고 자신의 모든 일이 끝장이구나 싶었다. 아이를 지워야 하나 생각했다. “지금은 후폭풍을 맞고 힘들겠지만 죽을 때를 생각해보니 낳은 걸 잘했구나,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출산을 기다렸다.
병원은 아버지 없는 산모를 받아주지 않았다. 기가 막혔지만 남자를 급히 섭외해 아버지인 척 주민번호를 적고 서류에 사인한 뒤에야 분만을 할 수 있었다. 차별은 끝없이 이어졌다. 엄마 성으로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반드시 가정방문을 왔다. ‘측근’들도 잘 안 만났다. 아이가 마구 안기면 얼마나 외로우면 이럴까 하는 시선이 느껴져 불편했다. 차별이 없는 나라로 이민갈 생각이 굴뚝같았다.
갑자기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다시 시작한 일 때문이라며 질문을 쏟아냈다. “이런 여자가 이런 이런 태도로 남자를 대할 때,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해? 응? 응?”
이성욱 씨네21북스 기획위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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