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환의 디지털 사기열전]
‘주식회사 불교’는 어떻게 2600여년을 살아남아 세상에 널리 확산될 수 있었나
오귀환/ 전 편집장 · 콘텐츠 큐레이터 okh1234@empal.com
“이제 깨달은 자, 부처는 깨달음을 얻은 장소와 그 근처에서 7주를 보낸다. …선정과 명상 그리고 수행이 계속된다. 이 무렵 그는 한 가지 어려운 문제로 궁리를 거듭했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중생들에게 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그는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발견한 진리는 극히 난해해 보통의 이해력으로는 도저히 미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법을 설교해주어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이 법은 부당하게 포기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생각해서 설법을 단념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신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부탁한다.
‘마의 군세를 쳐부수고, 그 마음은 월식을 벗어난 달과 같소. 자, 일어서시오. 지혜의 빛으로 어둠을 비춰주시오.’
‘성자여, 법을 설해주소서. 반드시 깨닫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옛날부터 마가다국에서는
때묻은 자들이
부정한 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감로의 문을 열어주소서.
무구한 부처님의 법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소서.’
부처는 이제 연꽃이 가득한 연못을 본다. 어떤 연꽃은 물 속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어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어떤 연꽃은 수면 위로 올라와 활짝 꽃을 피웠고, 어떤 연꽃은 수면 위로 올라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부처는 사람도 이 세 종류의 연꽃처럼 오류와 잘못된 가르침의 노예가 된 사람, 진리를 발견한 사람, 아직도 진리를 찾고 있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다. 세 번째 부류, 그러니까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르침이 필요한데, 이런 사람들이 세속에는 훨씬 더 많다. 이 사람들은 조금만 도움을 주면 구제될 수 있다. 부처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법에 주력하기로 결심한다.”
부처, 설법을 단념하려 했던 갈림길
2600여년 전 세상 사람들은 아직 부처가 이 세상에 출현한 것도, 나아가 그가 자신들을 위한 설법을 단념하려고 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불교적 논법에 따르면, 인류는 자신들이 인식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의 한도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리를 영원히 놓쳐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었던 셈이다. 이때 내린 부처의 결심 하나가 결국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는다. 무엇보다 그가 ‘경영자’로 21세기의 인류를 다시 만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해 이 결심을 내렸다는 사실이야말로 부처가 얼마나 탁월한 경영자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적 경영의 논리로 표현하면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자체에 그치지 않은 채 사업으로 연결하고, 직접 경영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4가지 종족이나 계급은 그 사람의 혈통이나 신분으로서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든지 번뇌가 없어지고 청정한 계행을 성취해 생사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완전한 지혜를 얻어 해탈의 도를 이루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사성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리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영자로서 석가의 위대성은 그가 교단을 만들어서 운용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 교단이 파격적으로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따른 차별을 무시하고 누구나 환영했으며, 여성도 받아들여 세계 종교로의 확장을 조직적 측면에서도 확실하게 뒷받침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맨 처음 석가의 설법을 듣고 출가한 첫 출가자인 야사스와 첫 재가신자가 된 야사스의 부모는 인도 사람도 아닌데다 카스트제도로는 평민인 바이샤 출신이었다. 나중에 석가의 수제자가 된 우팔리는 이발사였으며 하층 계급인 수드라 출신이었다. 나아가 석가는 자신을 길러준 이모이자 계모인 마하프라자파티를 최초의 비구니로 교단에 받아들였다.
초기 석가의 설법 이후 불교에 귀의한 제자들과 신도들은 불교 공동체 ‘상가’(Sangha)의 구성원이 된다. 비구라는 출가한 남자 승려, 비구니라는 출가한 여자 승려, 그리고 우바새라는 출가하지 않은 남자 신도, 우바이라는 출가하지 않은 여자 신도의 4부대중(四部大衆)이 상가를 이룬다. 교단을 운용함으로써 불교는 석가의 입적 이후에도 하나의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한 채 그 뒤 수천년을 헤쳐나가는 생명력의 추진 엔진을 가지게 된다. 이 교단이 중심을 이뤄 석가 입적 직후에 석가의 가르침을 하나로 모으고, 교단의 분열을 교정하기 위해 소집된 제1차 결집(고승들의 회의체)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집은 다시 100년 뒤 제2차 결집으로, 다시 100여년 뒤 제3차 결집으로 이어지면서 불교경전의 성립과 교세의 확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다시 현대적 경영의 논리로 해석한다면,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의 조직을 갖춘 주식회사로 발전시킴으로써 기업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결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주의 대안경제의 길을 제시하다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원한 없이 살아나가자. 괴로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우리들은 괴로워함 없이 살아나가자. 탐내는 사람들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탐냄이 없이 살아나가자.”()
세 번째 석가의 위대성은 평화주의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석가는 교단과 세속의 영역을 구별했다. 교단이 세속의 권력을 추구하는 식의 신정일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나아가 세속 대중이 교단에 귀의하는 것도 설법 이후 자발적인 결단에 의존한 성격이 강하다. 일부 예외가 있다면, 아들인 라훌라를 출가시킨 것을 비롯해 가까운 친척들을 적극적으로 출가토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종교도 배척하지 않았다. 석가는 입적을 얼마 앞두고 인도의 강대국 마가다국의 왕이 브리지족을 상대로 전쟁을 하려는 것을 막으려 설득한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7불쇠법’(七不衰法: 한 가지라도 지키면 망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공격할 수 없다는 7개조의 기준임)을 밝히면서 종교적 관용의 정신을 천명한다. ‘안팎의 종묘와 각양각색의 종교를 존경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막으려 했고, 그 전쟁을 막는 논리적 근거로서 종교적 관용을 제시한 셈이다. 바로 이런 평화주의적 원칙이 없었더라면 그 뒤 2600여년을 거치며 불교가 살아남아 이처럼 세상에 널리 확산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불교의 평화주의적, 무저항주의적 관점이 불교의 생명력의 토대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성격을 현대 경영의 논리로 표현한다면, 독점을 추구하지 않는 등 기본적으로 독점 체제를 반대하고, 공정 경쟁의 룰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몸뚱이는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 새가 있다. 공명조라는 새다. 한쪽 새가 독약을 먹자 온몸에 독이 퍼져 다른 한쪽 새도 함께 죽었다.”()
네 번째 위대성은 생태주의적 대안경제의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현대의 경제는 사실상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함축하고 있는 ‘사냥문화’의 속성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세상을 ‘나 자신’과 ‘나 이외의 사물’로 구별한 다음 필요와 욕망의 매개에 따라 ‘나 이외의 사물‘을 나가서 잡아들이는 문화이다. 그 결과 현대는 갖가지 문제점에 봉착해 신음하고 있다. 성장의 부작용으로서 환경의 파괴, 사막화의 급격한 확산, 국가간·계급간·세대간 불균형의 확대, 전쟁과 불안정성의 증대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숱한 위기 징후가 포착된다.
이 과정에서 제시되는 대안경제 가운데 불교적 방식-불교의 길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생명과 생태에 대한 존중, 욕망의 절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동근동체로서 자타불이적(自他不二的) 관계로 파악된다. 이렇기 때문에 동체자비심으로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고 구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단순한 생명존중이랄까 생태주의적 지향이라는 단계를 넘어 더 근본적으로 현대 인류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결책으로서 진지하게 평가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현대 경영적 관점을 빌린다면, 불교는 자원의 유한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을 전제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모색하는 경제철학을 내세워 2600여년 만의 대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사관계도 불교적으로!
이런 정황을 배경으로 석가의 가르침-불교는 현재 경제 및 경영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독일의 E. F. 슈마허가 쓴 라든가 일본의 이노우에 신이치가 쓴 이 대안경제로서 불교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거시적 접근이라면, 게셰 마이클 로치의 는 불교적 경영 마인드를 적용한 개별 기업에 관한 미시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란츠 메트카프와 갤러거 해틀리가 같이 쓴 는 경제 현장에서 부닥치는 여러 가지 딜레마에 대한 불교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고, 역시 메트카프가 쓴 은 더욱 확산시킨 일반론적 불교 처세술이라 할 만하다. 이 책들은 다 적지 않게 팔려나가 불교적 경영과 처세술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 가운데 특히 슈마허는 현대 산업문명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적정 규모의 절제 있는 소비로 인간의 만족을 극대화하자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해 크게 각광받은 바 있다.
생태적 접근방법과 함께 노사관계에서도 불교적 방식의 유용성을 새롭게 주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불교의 초기 경전인 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할 자세를 이렇게 기술해놓고 있다.
*고용인
1. 하인의 능력에 맞추어 업무를 맡겨라.
2. 보수를 넉넉하게 지급하라.
3. 하인이 병들었을 때 그들을 보살펴주어라.
4. 좋은 것을 하인과 나눠 가져라.
5. 정기적으로 휴가를 주어라.
*피고용인
1. 아침에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라.
2. 주인이 자기 전에 먼저 자지 말라.
3. 자신이 맡은 모든 일에 정직하라.
4.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
5. 주인의 좋은 명성을 손상시키지 말라.
비록 오늘날 이런 식의 고용-피고용 관계를 액면 그대로 상정하거나 실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 불경에 나타난 상호관계의 정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불교는 지난 2600여년을 이어온 더디지만 큰 발걸음처럼 새로운 울림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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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켄 블랜차드 컴퍼니의 최고 정신지도자(Chief Spiritual Officer·참 재미있는 발상을 담은 직책이지 않은가?)로서 매일 아침 전세계 사무실에 음성 메시지를 발송한다. 우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며 우리의 사명과 가치를 잊지 않도록 격려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280개가 넘는 사무실에 매일 인트라넷을 통해 이 메시지는 전달된다. 나는 예수의 제자로서 바로 그가 진리요, 길이라고 믿는다. 자연히 성서에 기록된 예수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곤 한다. 하지만 전세계 사무실에는 온갖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비롯해 종교 아닌 인간의 선의를 최고로 간주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만일 내가 기독교적 관점에서만 메시지를 작성한다고 낙인찍히면 결국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그 메시지를 삭제해버리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예수 이외에 부처, 마호메트, 모세, 간디, 요가 철학자, 달라이 라마,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 함마슐트 등도 영감의 출처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부처는 신도, 구세주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현명한 교사이자 심리학자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기를 향해 기도를 올리지 말라고 했다. 그 대신 사람들을 자기의 예를 따라 해탈에 이르도록 초대한다. 그는 길을 가리키지만 길 그 자체는 아니다. …그의 가르침 가운데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특히 많은 도움을 준다. 부처의 영감과 말씀은 우리가 경제 현장에서 보다 친절하고 보다 고결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블랜차드의 고백은 (1)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다른 종교에 대해 대단히 포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2)불교적 관점이 현대 경제 현장에서도 유용성을 지닌다고 설파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블랜차드는 를 비롯해 등 경영 및 처세에 관한 많은 책을 썼으며, 이 책들은 전세계 25개 언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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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성전편찬회
- 시공사(사진)
▶▶ 대학생 이상
- 이노우에 신지/이지북
- 게셰 마이클 로치/중앙M&B
- 야스다 하루키/하출서방신사(일본책)
- 〈Buddha〉 Karen Armstrong/A Lipper Viking Book
- 〈Buddha〉 Jon Ortner/Welcome Books
- 〈What Would Buddha Do at Work?〉 Franz Metcalf/Sea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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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SOON]
okh1234@empal.com
▶ 다음호: 마호메트-경영자(사진)
(이슬람교에선 마호메트 얼굴을 비워놓음)
▶▶ 다다음호: 예수-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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