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2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한다. 거래소 폐쇄도 목표로 한다.”(2018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 발언은 5년 전 국내에 첫 번째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자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를 ‘근절’ 대상으로 봤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가상자산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금이나 주식처럼 투자상품으로서 자리잡았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건전한 시장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정부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1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코인 투자를 하는 젊은 세대를 향해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 두 사람의 발언은 ‘박상기의 난’ ‘은성수의 난’으로 불린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 시장 질서를 수립하는 데 한 발 앞서가고 있다. 가장자산 규제 흐름은 자금세탁을 막는 것에서 시작해 이용자 보호를 거쳐 시장의 신뢰성 강화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이더리움과 특정 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이 위원회는 2022년 12월 파산한 가상자산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고객자금 전용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2023년 4월23일 가상자산 포괄 규제법(MiCA)을 통과시켜 2024년 6월부터 시행한다. 이 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라이선스(허가) 제도를 도입하고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을 금지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본요건, 고객 자산 분리 보관 등 여러 책무를 부여한다.
국회와 정부는 2023년 5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거액 투자가 논란이 된 이후에야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5월11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을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담았다. 애초 5월에 본회의까지 통과하리라 예상했으나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도 전체 가상자산 시장 규율체계를 고려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여야는 가상자산 발행과 상장 과정에서 사업자가 지켜야 할 공시의무 등을 담을 2단계 법안은 추후 추진하자는 정도로 입장 정리를 한 상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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