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함께 만들어 비틀스의 1965년 앨범 에 수록한 곡 (Norwegian Wood)는 1987년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로도 유명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를 무라카미는 ‘ノルウェイの森’, 즉 ‘노르웨이의 숲’이라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역이라는 설이 꽤 파다합니다. ‘노르웨이산 가구’가 옳다는 것. 그런가요?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겨보죠. 단,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냥 영어로 놔두기로 합니다.
“한때 난 한 여자와 사귀었지. 아니 그녀가 나랑 사귀어준 거라고 해야 하나. 그녀는 방을 보여줬어. Isn’t it good? norwegian wood. 놀다 가라며 아무 곳에나 앉으라고 했지. 그래서 둘러보았지만 의자가 없더군. 바닥 깔개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시간을 죽였어. 2시까지 이야기를 나눴고, 그때 그녀가 말했어. 이제 잘 시간이야. 자기는 아침에 근무라며 웃기 시작하더군. 난 아니라고 말하고는 욕조로 기어들어가 잤지. 눈을 떴을 때는 혼자였고 새는 날아가버렸더군. 그래서 난 불을 질렀어. Isn’t it good? norwegian wood.”
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문장 자체로는 의미를 확정하기가 확실히 애매합니다. wood는 나무이고 woods는 숲이다, 흔히 이렇게 알고 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니까요. 문맥을 참조해 확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문맥 자체가 야릇한 데가 있어요. 화자가 청자에게 “죽이지 않아? 노르웨이의 숲이었단 말이야”라고 한 것일 수도, 혹은 그녀가 화자에게 “멋지지 않아요? 노르웨이산 가구예요”라고 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숲이냐 가구냐. 사실 2000년대 초에 이미 한번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는데, 초판(2001)에는 ‘숲’으로 옮겼다가 개정판(2004)에서는 비틀스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가구’로 바꿨던가 봐요. 1960년대 영국에서 노르웨이산 가구가 인기였다는 겁니다. 소설 때문에 ‘숲’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던 분들은 놀랐겠죠. ‘비틀스 명곡 번역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 2004년 9월9일)까지 났더군요. 영어 상용자들의 감각으로는 어떨까요? 위키피디아를 보니 노랫말을 보면 ‘명백히’(clearly) 가구임을 알 수 있다고 돼 있네요.
그럼 역시 ‘노르웨이산 가구’가 맞는 것일까요? 영미소설 번역가이기도 한 무라카미의 실수? 저는 그의 입장이 궁금했지만 그간 그의 코멘트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일본에서 한 달 전에 출간된 신간 (新潮社·2011)에 관련 글이 있더군요. 단행본에는 이번에 처음 수록됐지만, 잡지에 글이 발표된 시점은 벌써 17년 전. 일본에서는 출간 당시부터 이미 오역 논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 무라카미의 대답은?
오역, 아니랍니다. 정답이란 게 없기 때문. “노위전 우드라는 표현의 애매한 울림이 이 음악과 가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 “그 불가사의한 깊이야말로 이 노래의 생명”이라는 겁니다. “노르웨이의 숲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산 가구도 아니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무라카미다운 영리한 대답이라고 생각해요. 이 글의 제목도 재치 있군요. ‘노르웨이의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함.’
그런데 저에게 더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소개해준, 또 다른 ‘전설’입니다. 조지 해리슨의 (사무실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원래 제목은 ‘Knowing She Would’였답니다. 문제가 되는 가사도 “Isn‘t it good? knowing she would”였다는 거죠. “멋지지 않아? 그녀가 하려는 것을 안다는 건 말이야.” 정사가 성사될 것 같은 설렘의 순간. 그런데 레코드 회사에서 음란하다며 반대하자 존 레넌이 홧김에 ‘노잉 쉬 우드’를 ‘노위전 우드’로 바꿔버렸다는 겁니다. 무라카미는 이 전설이 매우 힙(hip)하다면서 글을 끝냅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존 레넌이라는 사람은 최고죠.” 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냥 저도 여기에 한 표 던지렵니다. 이쪽이 더 문학적이니까요. (부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을 읽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임현경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font color="#C21A1A"></font>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임은정 검사 “윤, 건들건들 반말…국정 문제를 가정사처럼 말해”
명태균 파일 “김건희 영부인 사주…청와대 가면 뒈져” [영상]
[단독] KBS 사장 후보자 박장범 차량압류 7번…과태료 안 내
명태균 변호인 “김영선 추천 경청한 윤 대통령 미담…공천 의혹 아니다”
‘아들 등굣길 걱정에 위장전입’ KBS 박장범, 스쿨존 속도 위반 3차례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군,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발사로 ‘북 미사일 발사’ 맞불
“윤, 사실상 대통령 아냐…퇴진 기본값” 현직 장학사도 시국선언
‘12명 실종’ 제주 수중탐색 언제…오늘 밤에야 사고해상 도착할 듯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회견 말리지 않았나